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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예니 Jan 09. 2024

저는 지금 뉴욕입니다.

돌연 듯 떠난 뉴욕에서 내 삶의 탈출구를 잠시 뚫다.

 사는 게 너무 힘이 들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업무에 시달렸다. 왜 머리에 꽃을 달면 일을 안 시키고 정직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일수록 일을 많이 맡을 수밖에 없는가?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지만 이번 생의 내 유전자는 머리에 꽃을 단 행세가 매우 어색하고 불편해 일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지칠 대로 지쳐 번아웃이 심하게 왔다. 집에 가면 펑펑 울고 누워 잠만 자기 십상이었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삶의 본질부터 시작하여 그럼 그만 살고 싶다로 끝났다.


 죽을 용기는 없고 수면제를 몇 알 먹으면 과연 조용히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찾아볼 정도였다. 방학이 와도 이 상태면 정말 문제가 심각해질 것만 같아 돌연 듯 제일 비싼 성수기에 내 맘 속에 꿈에 그리던 뉴욕행의 비행기표를 끊게 되었다. 이 월급을 모은 듯 무엇을 위해, 무슨 소용이 있나 싶었다.


 숙박비와 식비 비행기 경비까지 제일 비싸다고 혀를 내두르는 뉴욕이었지만, 나는 내 가슴속의 아직 타오르지 못한 불씨만 잠자코 있는 도시 생활에 대한 환상과 갈망을 활활 피울 때가 되었다.


 그렇게 뉴욕 비행기 표를 뉴욕행을 앞두고 10일 전 과감히 끊었다. 그냥 이렇게 비행기표와 숙박비만 해결하면 24시간도 걸리지 않는 뉴욕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을 뭘 그리 10년 넘게 망설였을까.



 급할 듯 떠나온 뉴욕에서 그동안 자율성과 풀리지 않은 주체성을 실컷 발산하는 중이다. 지하철을 타도 어떤 누구에게도 신경 쓰지 않는 뉴욕. 자유의 땅에서 어제는 “서밋”이라는 전망대에 갔다.



 어릴 때 삼성 컴퓨터를 사면 집 짓는 게임 cd를 줬는데 거기에 푹 빠져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어떤 모양의 건물을 어느 위치에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유동 인구가 달라지던 인생에서 처음 맞아 본 주체성에 대한 보상감.



 하지만 내가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 주체성과 자율, 선택을 온전히 잃어버린 것에 대해 분개와 억눌림의 시간을 되새기고 되새겼다. 너무 원통스러웠다.



 그런데 어제 서밋 전망대에서 세계에서 금융 및 건축등 1등이라는 뉴욕을 내려다보는 순간, 내 삶은 다시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려한 모든 건물도 위에서 내려다보니 레고 조각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밑을 건너는 사람들 또한 하나의 보이지 않는 점에 불과했다.


 그 “점”에 불과한 작은 사람이 광산의 규모만큼 고민과 괴로움에 휩싸여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있었다니.


 가끔은 분투하는 내 삶을 점으로 바라보게 하게끔 멀리서 지켜볼 때가 필요한 것 같다. 그 작은 존재인 내가 세상의 크나 큰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삶의 굴레를 확대해 허덕이고 있었단 사실에 내 자신이 그렇게 초라할 수가 없다.


 여행을 가는 이유를 다시금 알았다. 내 세상을 한발 짝 넘어서 숨 구 멍과 지혜를 만들어주게끔 한다.


떠나자! 거침없이! 드넓은 깨달음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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