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주변의 부부들은 다 행복할까.
이혼을 결정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오늘은 이혼남(아직 법적으로 전 남편이 안 되었으므로 이혼남이라고 부르겠다.) 이 연락이 왔다.
웨딩 업체는 취소했고, 스냅사진도 취소했는데 웨딩드레스 업체는 취소하는데 위약금을 60만 원 내야 한다고 했다.
“ 취소하는데 60만 원이라는데 네가 낼 거가?”
2주 만에 연락 와서 온 첫마디가 이거였다.
그럼 그렇지. 내가 뭘 기대했으랴. 정나미가 다 떨어졌는데 없던 정나미마저 마이너스로 더 떨어지게 생겼다.
(헤어질 때 준 가방과 시계 등 악세사리도 다 돌려달래서 빠짐없이 줬더니 이 60만원 마저도 달라하나 너무 야속했다.)
정말 다행인 건 이혼남에게 미련이 하나도 없다는 거, 그리고 결혼해서 이 철부지의 아이를 갖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조상이 도운 것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하고 싶은데?”
오늘 꿈에서 이혼남이 웬일로 나오더라. 이런 일로 연락올 줄 생각도 못 했다.
이혼남은 중견기업의 아들이라 부족함 없이 자라 더욱 철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어떤 기업인지 밝히고 샅샅이 이혼남이 나에게 한 행동을 밝히고 싶을 정도다.)
그래서 결혼식 때 많은 기업체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자기 사촌 형처럼 가수를 부르고 싶어 했다.
가수는 내가 예약했으나, 계약금은 결혼취소 시 반환이 안 된다고 해서 40만 원을 나도 잃은 셈이다.
“나도 40만 원 가수 계약 해지하는데 줬어.”라고 말했더니 이혼남이
“그럼 넌 20 내고 내가 40낼게.”
끝까지 철저한 계산을 했다.
바로 20만 원을 송금을 했다. 에라이. 까짓 거 옷 몇 벌 안 사 입었다 생각하자.
그렇지만 괘씸했다. 말을 저따위로 하다니.
“너 말 좀 예쁘게 해. 여전하네 성격.”
라고 보냈다. 그랬더니
“내가 말 안 예쁘게 한 적이 없는데?”라고 늘 이별 전과 비슷한 대응을 한다.
“상대방이 가시가 있다고 느끼면 그건 말을 날카롭게 했다는 거야.”
“ 난 그렇게 말한 적 없고, 앞으로 이제 그런 말 논의할 필요도 없고.”
그럼 그렇지. 더 이상 대화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참 외롭다. 잠을 자는 10시만 기다리며 하루를 겨우 살아낸다. 눈 떠 있는 시간이 너무 괴롭다.
막상 결혼해서 살지도 않고 혼인 서류상으로 결혼과 이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가슴이 죽을 듯이 아프다.
미련을 떠나 이혼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내 상처를 짓누르는 기분이다.
참 주위에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신기하다. 남편과 코드가 잘 맞아서 여행도 잘 다니고,
남편이 아프면 힘내라고 밥도 해주고, 아이들도 잘 본다. 무엇보다 남편이 멋진 위로와 경청을 해 주고 소통이 된다는 것이다.
참 다들 자기 인연을 만난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나는 외로움에 사무친 나머지 34살에 나타난 사람이 내 인연이라고 노력해야 하는 줄만 알고 맞추려고 했더니 병이 났다.
내 인연을 뭐 이토록 돌고 돌아 이 나이까지 만나기가 어려울까.
나도 진짜 잘 통하고 서로를 위하는 진정한 내 인연이 나타나면 좋겠다.
이젠 나 스스로 단단해지라고 내 시간을 즐기라고 인연이 그 시간 동안 기다려주나 보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하늘이 참 원망스럽다.
비가 보슬보슬, 주룩주룩 하루하루 안 오는 날이 없다.
내 마음에도 비가 좌악 좌악 그어 내린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정말 내 인생은 너무나 고통스럽기 짝이 없다.
즐겁게 하루하루를 노력하며 보내려 해도, 그 노력마저도 너무 애석하고 마음이 아프다.
삶은 쓰나 쓴 숙제를 끊임없이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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