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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예니 Jul 19. 2024

우울할 때마다 나를 다지는 다짐문

상실감에 빠진 나에게


착하게만 산 나인데

왜 자꾸 말도 못 하게

힘든 일들이 나에게만

닥치기만 할까

생각하지 말기


거스를 수 없는

빗물들이 한바탕 쓸고 나면

결국 살아남는 것들은

들판의 아름다운 꽃보다

오랜 기간 뿌리 깊게 내린

억센 풀들이 물길을 따라 누웠지만

굳게 뿌리 잡고 있더라


내 인생도

한 사람이 이 모든 걸 겪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고통스럽고

상실감의 안개에 붙잡혀있지만

그래도 살아남은

억세게 운 좋은 풀 같은 인생이라 생각하자


저마다의 건너편의 꽃들이 다 예뻐 보이지만

지고 나면 다 한철인걸.


푸르른 관록의 풀들은

결국엔 다시 쓰러진 몸을 일으켜

언제 그랬냐는 듯 우거진 풀숲을 만들어내지.

오랜 세월 더 단단하게 연대해 있는

관록의 뿌리들.


그렇게 고통을 삼켜내며

질긴 생명으로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아무런 원망도 없이

햇빛을 기다리지


그렇게 풀처럼 살자

아름다운 꽃을 바라지 말고

물살의 흐름에 맡기고

다시 굳세게 일어나는 풀처럼.

이전 14화 인연을 만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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