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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예니 Jun 22. 2024

저 이혼합니다.

만난 지 4개월 만에 결혼과 이혼을 다 하네요.

사랑이 참 허무합니다.

다 줄 것 같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던 사람이

할퀴고 짓이기고 미워하며 뒤돌아서서 이제 남남이 되어버렸습니다.


만난 지 1개월 만에 프러포즈를 받고, 이제는 이게 내 운명이고 드디어 행복이 찾아오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고는 신랑이 혼인신고를 언제 해줄 거냐 독촉해서 미루고 미룬 게 만난 지 2개월 반 만에 결혼식도 전에 확신도 없이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신고하는 날도 쟤가 저렇게 성격이 짜증도 많고 부정적이고 나랑 안 맞는데 싶어도, 엄마가 제가 결혼할 사람을 만나 처음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떠올렸고, 사주에서도 들은 온갖 정보들(34살에 운명이 나타난다, 신랑은 철을 만지는 사람일 것이다, 나쁘지 않다, 이만한 집안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등)을 조합해서 제 판단도 없이 결정을 합리화시켜 버렸습니다.


그렇게 혼인신고 하자마자 신랑은 “이제 본성을 드러내도 되지?”라는 말과 함께 생활 속에서 온갖 욕을 쓰며 행동에도 폭력성이 다분히 보였습니다. 저는 매일매일의 앞날이 이 사람과 함께 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고 암흑 같았습니다. 제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이 결혼을 끝까지 잘 끌고 가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신랑이 아프리카 BJ를 구독하는 것,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온통 인스타에 팔로우되어있는 것들을 혼인 신고 후에 알게 되어 물어보니 돌아오는 것은 화만 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맞지않아 다툴 때마다 어떻게 저런 사고를 할 수 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타협보다는 가스라이팅이 일상이었습니다. 미래가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사과와 위로와 신뢰도 없이 이 결혼을 제가 하려 했다니 물질적인 것에 눈이 멀었나 봅니다. 무엇보다 신랑이 “꼬실 때는 그랬지”라는 말을 들으며 할 수 있지만, 저를 사귈 때만 보였던 그 가식적인 모습들에 허망함을 느끼고 속은 기분이 듭니다.


“이래서 너 때문에 담배를 끊으래야 끊을 수가 없다.”라는 자기 담배 피우는 행위도 저로 인해서라며 합리화하는 한 마디에 저는 미루고 미루던 이혼을 결정했습니다.


4개월 만에 결혼과 이혼이 결혼식도 없이 속사포로 진행되었습니다. 다이내믹한 저의 인생처럼, 남자에 대한 어떤 명확한 기준이 없이 그저 사랑에 쉽게 속는 저는 제 인생에 이렇게 이혼이라는 상처가 남을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참 사랑이 어렵습니다. 그렇게 좋던 사람도 이젠 남남이 되어 서로 미워하며 넓은 세상에서 볼 일 없게 된다는 사실도 참 슬픕니다. 사랑이 변한다는 사실도 마음을 문드러지게 합니다.


모든 것에 어리석었던 제 자신에 대한 죄책감으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젠 누굴 어떻게 믿어야 하나 싶습니다.


결혼도, 사랑도 세상의 모든 것들이 쉽게 알려주는 법 없이 늘 경험으로 깨닫게 합니다.


주룩주룩 빗물이 눈을 타고 심장으로 수도 없이 내리꽂아댑니다.


또다시 봄인 줄 알았던 제 맘에 시베리아 혹한이 찾아와 영원한 봄날을 기다립니다.


세상이 참 통탄스러운 나날입니다. 뒤뚱뒤뚱거리지 않고 걸으며 살게 되는 날을 또다시 꺼이꺼이 목놓아 울며 붙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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