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덫
순수한 날갯짓이
조금 더럽혀져도 괜찮다.
젖어도 찢어져도 괜찮다.
그래도 흐느적 하늘을 날아간다.
순수의 덫에서 일탈해
자유로운 눈부신 광야를
도해(蹈海)한다.
얽매인 사슬을 끊어내고
한참을 목적 없이 도망치는
사슴의 젖은 눈망울
나는 어디쯤이고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
그렇게 한참을 달려
목을 축이는
가엾은 존재여
그 슬픔과 가엾음은
껍데기인가
영혼자체인가
내가 부여한 것인가
타인이 주고 간 것인가
물음에 몸을 던지고
청록 바다의
하나가 된다.
내가 일(一)이고
일(一)이 내(我)가 된다.
잃어버린 순수의 밭에
다시 파랗게 젖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