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수업을 통해 내 감정을 살펴보다.
오늘 우리 반에서 상담 수업을 했다. 상담 내용의 주제는 "감정"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평소에 느끼는 감정 9가지를 동그라미 해서, 자신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많은지 긍정적인 감정이 주로 지배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활동이었다. 우리 반 도움 반 친구는 과감하게 스스럼없이 행복한, 즐거운, 고마운, 기쁨에 4가지를 표시했다. 뜻을 알고 하는 거겠지만 긍정적인 감정이 많다는 게 다행이면서 너무나 기특하고 뭉클했다. 그리고 감정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니 나머지 감정은 "불안한", "걱정스러운"에 표시를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하니 체육 시간에 주로 그런 감정이 든다고 했다. 규칙 이해와 늘 아이들이 신이 나서 뛰는 시간이 자신에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짐작하던 아이의 감정이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해주는 아이가 고마웠다.
잠깐 시간을 내서 내 감정은 어떤 감정이 있을까 살펴보았다. 감정의 순위를 매겨보라고 하시는데 1. 지금 상태에 대한 불안한 2. 미래에 대한 걱정스러운 3. 남편에 대한 괘씸함 4. 분한 5. 남편에 대한 섭섭함 6. 외로움 7. 지치는 8. 허탈한 9. 힘겨운 10. 억울한 감정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나에게 남은 감정들은 1순위부터 10순위까지 모두 "어두운" 감정들이 많았다. 위의 단어들에 "부정적"이라고 명칭 하고 싶지는 않다. 옛날에 명사에게 감정 수업을 들었는데,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은 잘 못 된 표현이라고 했다. 감정은 다 좋은 것이며 당연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 나쁜 감정이란 없다고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명료화해 보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은 위의 감정 중 어떤 감정 9가지를 느끼며 살아갈까? 지금의 내가 처한 "이혼"이라는 상태가 끊임없이 괜찮아질 때면 바늘로 콕 찌르고 가는 것 같다.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어제는 막걸리에 흠뻑 취해보고 싶어서 내가 얼마나 막걸리를 마실 수 있나 싶어 도전해 보았더니, 배가 불러서 막걸리 반 병 밖에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 알딸딸한 취기에 잠시 어두운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잠시의 후련함을 맛보았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꿈에서 한 번 더 돌아가셨는데, 내가 할머니의 임종을 봤을 때 가졌던 느낌을 꿈에서 그대로 느꼈다. 모든 고민은 죽음 앞에서 너무나 보잘것없는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꿈에서 깨자마자 느껴졌다. 온몸을 따뜻한 물에 씻고 나오듯 아침에 일어나니 몸은 무거웠지만 마음이 후련해졌다. 꿈에서 할머니를 보내면서 너무나 구슬프게 울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한 번도 꿈에서 다시 한번 더 돌아가신 적이 없었는데 "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의 나에게 귀한 메시지를 꿈에서라도 전달하고 싶으셨나 보다.
죽음은 그렇게 가볍게 생각할 것도 아니고, 삶의 무거운 고민 때문에 쉽게 죽음을 선택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그 모든 머릿속까지 차오르던 무겁던 고민이 말끔히 씻은 듯이 발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리운 할머니의 가르침대로 남은 날들을 청량하게 보내야겠다. 할머니의 임종 때 죽음과 삶은 습자지 한 장 차이처럼 얇았다는 그 허무한 경계선의 깨달음이 8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시련 앞에서 무뎌지고 흐려져 있었다. 너무 쉽게 무너지고 맥없이 쓰러졌던 것 같다.
어제 나를 오랫동안 보았던 친구가 내 이야기는 마치 '넬'의 노래처럼 너무나 서정적이고 가슴 먹먹해지고 복잡해서 감히 어떤 판단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미안하지만 그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나와 너무 오버랩이 되었다고 했다. 대충 줄거리를 찾아보니 마츠코에게 끊임없이 역경과 시련이 찾아오지만, 마츠코는 굴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며 늘 새로운 시련을 맞이하며 이겨내는 이야기였다. 이제 어떤 시련이 와도 뒤로 물러설 곳이 없어서 그렇게 슬프지 않다. "짜식아 덤벼봐."라는 깡으로 살아갈 것이다. 힘들어도 나의 인생이고 고통스러워도 다 끌어안아야 할 나의 시간들이다. 권투에서 재빠른 손놀림과 날쌘 발놀림으로 상대와 겨루듯이 나도 내가 가지고 있는 세드 스트리의 인생에게 날린다 원, 투, 쓰리 펀치!
오늘 상담 수업 때 "스트레스가 뭐예요?" "스트레스를 안 받는데 어떻게 해요?"라고 묻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리고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아이들처럼 밝은 감정에 과감하게 동그라미 할 수 있는 그날까지 현재 상황에 지배당하지 않고 내 감정을 많이 전환시키려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