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친구 삼아
소가 되새김질 하듯
슬픔이 입 안에서
돌고 돈다.
뽀얗고 구수한
막걸리의 취기를 빌려
응어리를 위로한다.
심장을 도려내듯
가슴 깊이 묻어놓은
아픈 독백을 읊어댄다.
이것은 상실의 아픔이오
누구에게도 전하지 못할
쓰디쓴 괴로움을
공기 중에 흩어 보낸다.
고요한 침묵 속에
막걸리 잔의 톡톡 쏘는 소리만
들려온다.
살아있는
내 모든 감각이
장단 맞춰
슬피 운다.
취기에
내 슬픔을
잠시 목놓아 맡긴다.
오늘도
잘 살아냄을
꿀꺽 삼켜낸다.
서늘한 가을바람을
친구 삼아
오늘도 보이지 않는 독백을
주렁주렁
달아놓는다.
뽀얀 막걸리 국물이
내 아픈
가슴을
타고 흘러내린다.
비워대는
막걸리잔에
세월을
기대어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