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통해 상처를 치유받다.
오늘은 교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체육관으로 잠시 와달라고 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뛰어갔더니, 문을 엶과 동시에 요가매트로 레드카펫을 만들어주고, 치어리딩을 하며 나를 반겨주었다. "선생님 힘내세요."라는 자기들이 지은 자작곡과 댄스와 함께. 어찌 이런 아이들을 하늘에서 내려주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고마웠다.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다니 매 순간순간마다 아이들의 사랑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내 진심이 늘 전달되는 것 같아 뿌듯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남은 시간 동안 더욱 아이들을 사랑해 주어야겠다 생각이 든다.
갈증 나는 마음에 아이들이 이렇게 봄의 단비를 내려준다. 어른들로부터 상처받은 마음을 아이들의 순수함으로 치유받는다. 그저 순수하기만 한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 상처받지 않고 순수한 마음을 보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 앞에서 힘든 내색 한 번한 적 없는데, 어찌 알고 "힘내세요."라는 노래를 불러줄까.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아이들을 볼 때면 오히려 아이들이 선생님인 것 같을 때가 있다. 삶의 복잡한 것을 내려놓고 단순히 강아지처럼 즐길 줄 아는 아이들. 삶의 어떠한 수식어구가 필요 없이 행동으로 행복함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아이들.
아이들이 곧 나의 선생님이자 치료제이고 나의 거울이었다. 내가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사랑해 줄수록 그 사랑이 그대로 반영되어 아이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투사되어 나오는.
오늘도 아이들로 인해 깊은 치유를 받는다. 내 영혼의 아픔에 아이들의 순수함이 깊이 파고든다. 매 순간마다 감동을 선사하는 아이들에게 큰 선물을 받은 듯하다. 세상은 참 공평하다. 죽으란 법은 없는 듯하다. 이렇게 선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셔서 너무 감사한 하루다.
매일 그만두고 싶다고 10년을 버텨 온 직장 생활인데,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에 역설적으로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임을 동시에 깨닫는다. 매운맛과, 단 맛을 함께 보고 있다. 차마 발견하지 못했던 학교라는 일터에서 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마음껏 더욱 누리고 있다. 오늘의 감사일기에 아이들과 함께여서 감사함이 한 줄 한 줄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