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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Jan 20. 2023

넌 왜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해?

이게 첫 데이트야, 면접이야?

그와의 첫 데이트는 한국이었는데, 일하는 동료로만 만나다 "주말에 뭐하냐"는 그의 질문으로 시작된 첫 데이트였다. 그는 한국어를 전혀 못해서 무언가 예약하거나 검색을 해보거나 하는게 굉장히 제한되어 있었다. 때마침 내가 보고싶은 뮤지컬이 하나 있었기 때문에, 첫 데이트로 내가 예약한 뮤지컬을 같이 보고, 자연스럽게 저녁을 먹는 데이트가 되었다. 


저녁 메뉴는 떡볶이! 한국에 길다란 누들 떡볶이가 나오는 떡볶이를 둘 다 좋아해서, 캐주얼한 분식집에서 맛있게 K푸드를 즐겼지 하하. 그런데 그는 밥을 먹으면서, 당췌 데이트에서는 어울리지 않을만한 질문들을 심도있게 하면서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넌 꿈이 뭐야. 앞으로 뭐 하고 싶어? 그거 하려면 지금 부터 계획이 뭐야?"


아니 일 할 때는 순둥순둥 easy going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질문들이 꽤 매섭고 깊이 생각해 보지면 바로 대답이 안나오는 것들 뿐이다. 난 사실 그 당시 이전 직장으로 스타트업에서 3년 정도 오퍼레이션 한국 담당 헤드로 근무하면서, 멘탈과 육체가 너덜너덜해 진 상태였다. 거의 그로기 상태였달까. 좋은 성과로 한국에서 유일하게 인센티브도 받고 월급도 많이 오르고 회사 안에서 좋은 포지션 이었지만, 3년을 풀 스피드로 달려오면서 그야 말로 burn out이 왔었다. 그래도 일을 하지 않는 건 내 스스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좀 더 유연한 조직으로 옮겨 일을 막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넥스트 꿈을 생각하기에는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그 질문들이 더 어려웠다. 


"나 근데 burn out을 회복중이라, 아직 내 꿈이 뭔지 생각은 안해봤어. 근데 난 좀 더 넓은 시장에서 나를 챌린지 해보고 싶어. 한국에서 외국 HQ의 지사 직원 말고, 내가 직접 회사도 해보고 싶고, 더 넓은 나라에 가서 내 가능성도 보고 싶고. 근데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어."


꿈이 없다는 내 답이 충격적이었으려나. 하지만 난 솔직하게 이야기 했고, 연이어 내가 그의 꿈에 대해 물어보면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된 것 같다. 당시에는 저 질문을 받으며, 불쾌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동안 생각해온 첫 데이트와는 좀 달라 당황했었던 것 같다. (보통 어디사세요? 음식 뭐 좋아해요? 뭐 이런거 묻지 않나 하하) 근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저 질문들이 그의 좀 더 다른면을 보게 된 기폭제였다고 된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 내면과 그의 내면을 오픈해야만 하는 저 질문들이 우리의 관계를 한 단계 발전하게 한 것 같아서...


난 아직도 사실 내 꿈이 뭘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구체적인게 잘 그려지지 않는다. 돈 많으면 좋고, 회사에서 당연히 일 잘해야 하고. 반면 그의 꿈은 여기에 굳이 쓰지 않겠지만 아주 구체적이고 뚜렸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극을 받기도 한다. 언젠가 나도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이런걸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글을 쓰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나도 이제 구체적인 꿈을 향해 첫 발을 딛은걸까. 그런거였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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