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동화가 아니니까.
인생은 인스타처럼 항상 신나고 찬란할 수 만은 없다. 하나의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아무리 멋지고 좋아보이는 사람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사람 만의 슬픔과 아픔도 있다. 여러 나라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일을하고, 국제결혼을 한 나의 삶이 항상 즐겁고 아름답게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국제결혼을 하고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도 많고, 의견차이가 있거나 답답한 일도 꽤 많이 있다.
일례로 한국에서 나와 그는 크게 의견충돌이 있고 말싸움을 한 적이 있다. 아주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택시 기사님이 뒷자석에 타고 있는 그의 발에서 발냄새가 너무 심하게 난다며 언성을 높이시는거다. 그러면서 창문을 모두 열기까지. 택시 안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당황스러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죄송하다"라는 말만했다. 간단한 말은 이해하는 그가 갑자기 왜 미안하다고 하냐고 물어, 여차저차 상황을 설명했더니 자신은 신발 세탁을 이틀전에 하고 처음 신는건데 왜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고(실제로 나도 냄새를 인지하진 못했다.), 택시 기사님의 행동도 불편하여 택시에서 내리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시간이 많이 늦었고, 그 시간 택시를 다시 잡는 것이 어려운 걸 알았던 나는 그냥 집까지 좀 참고 가자고 단칼에 거절했다. 어찌저찌 불편한 마음을 안고 택시로 집까지는 왔지만, 그는 그 일로 아주 화가 나있었다. 본인이 금액을 지불하면서 택시를 타는건데 왜 그런 말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씩씩거렸다.
나는 사소한 일로 왜 그렇게까지 흥분하는지 이해가 안되었고, 마음이 좀 가라앉은 후 우리는 왜 이 사소한 일로 싸워야 하는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와 대화 중 알게된 것이지만, 미국인들은 본인들이 unfair한 일을 당했을 때 voice를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많은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minority로 시작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도 그의 부모님이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고 파키스탄에서 하이클래스 였다 하더라도 첫 이민 생활을 했기 때문에 부당한 일에도 묵묵히 참고 미국사회에 하루 빨리 동화되려 노력했던 모습을 많이 봤었으리라. 그런데 택시 안에서 나도 부당한 일에도 그냥 참고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문득 그때가 생각 나 화가 났었던 것 같다.
꼭 국제결혼이 아니더라도, 평생을 다른 백그라운드와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함께 살게되면 왜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특히 더 예민한지, 왜 그러한 생활 습관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사소한 부분도 그래서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들도 있는 것 같고. 근데,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그 이유를 서로 찾아보면 사실 쉽게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기는 한다.
나는 사실 평화주의자이고 큰소리가 나는 걸 아주 싫어하여 대부분 내가 참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이후에는 나도 컴플레인이 필요하면 컴플레인하고,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그도 내가 한국에서 "그건 안돼"라고 할 때 한국적인 무언가라 생각하고 군소리 없이 따라줄 때도 많다. 이렇게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면 화해도 싶고, 싸울일도 적어지는게 아닐까..비단 이런 일이 국제 커플에게만 있는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어 함께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