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xan Maya Jan 21. 2023

빨간유리, 파란유리, 찢어진유리 in Italy

Rome에서 Milan까지. 사건사고와 추억을 기리며 

그와 나는 미국으로 오기 전 한 달간 이탈리아 전역을 작은 피아트과 함께 로드트립으로 돌아다녔다. 우린 일의 특성상 전기가 들어오고(?!) 인터넷만 되면, 일하고 미팅하는 것에 문제가 없어서 physical flexibility가 꽤나 자유로운 편이다. 


우리는 Rome으로 입국해서 Rome과 피렌체에 일주일 정도씩 있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생각보다 투어리스트가 없어서 기대와 달리 한적하게 도시를 구경한 뒤 좀 더 북쪽인 Milan으로 향했다. 우리는 600km 정도되는 이 긴거리를 피아트로만 이동했는데, 이 피아트라는 차로 말할것 같으면 요즘은 보기 힘든 수동매뉴얼 조작에 사람 두 명이 겨우 탈 수 있고, 캐리어 여행 가방 두개를 넣으면 꽉 차는 아주 귀여운 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historic area로 지정된 로마 내에서 움질일 때는 이 피아프 만한게 없다. 길이 워낙 좁고 한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도로 자체가 좁고 돌을 타일처럼 만들어 이어붙였기 때문에, 좋은 마력의 세단이나 큰 차들이 무용지물이다. (오히려 주차를 위해서는 작은 몸집의 피아프가 더 유리할 때도 많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남북을 횡단하는 고속도로를 질주해 보니, 이 작은 아이의 단점이 서서히 드러난다. 도시 내에서 주행할 때와는 달리, 차가 힘이 없달까...Milan에 거의 도착했을 때에는 차를 점검하라는 warning sign에 빨간불이 내내 들어와 맘을 졸이면서 고속도로를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너무 많은 거리를 주행해서 차체가 overheated 되었던 모양었다.) 


그래도 그나 나나 좀 더 공간이 넓은 세단이나 SUV만 보다가, 이런 작은 귀여운 차를 렌트해서 다니니 그 느낌 또한 기분좋은 생경함 이었달까...그 만의 운치가 충분히 있었다. 정말 즐거운 로드트립을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Milan에서 터졌다. 4시간 운전끝에 첫 날 늦은 시각에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차를 스트리트 파킹해 두고 (이탈리아에서는 도로변에 주차 하는 것이 꽤나 일반적이어 보였다.), 바로 체크인을 한 뒤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이 휴일이라, 느즈막히 일어나 준비를 하고 밀란 시내를 구경해 보려는 차, 머릿속이 멍해졌다. 

"엥? 차 유리창 어디갔어? 부서졌어?"

누군가가 곱고 예쁜 피아트의 뒷 좌석쪽 corner glass를 부수고 달아난 것이다. 더 황당했던 건 다음날 셀프 세탁을 하려고 세탁물을 잔뜩 넣어두었던 더블백도 함께 사라진것! 

"하하, 누군가가 거기에 억만금이라도 들어있는 줄 알고 창문 부수고 가져갔나봐.. 그치?"

"거기 우리 속옷이며 잠옷, 양말 이런거 밖에 없는데. 아, 내가 아끼는 3만원 주고 산 한국산 맨투맨도 하나 들어있긴 하다. 그거 아끼는건데.."


뭐 창문깨진 건 어쩔 수 없고, 도둑맞은 것도 어쩔 수 없다.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3일 후면 프라하로 떠나야 하는데 경찰을 불러서 조서 쓰고 왔다갔다 하며 아까운 시간을 버리기도 아쉽다. (그리고 이탈리아 경찰은 악명이 높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 범인을 잡고 물건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없었다 하하) 


우린 200불을 주고 창문을 다시 달았지만, glass 교체 정비소를 찾아헤맨 하루동안 마트에서 산 천과 테이프로 대충 땜빵(?!) 해가며 다녔다. 그야 말로 "빨간유리, 파란유리, 찢어진유리..."노래가 절로 나올만한 비주얼이다. 그래도 사람 안 다친게 어딘가. 액땜했다 생각했다. 하하 


여행을 하다보면 참 사건사고가 많다. 비행기 연착과 캔슬은 약과. 이렇게 유리가 깨지기도 하고, 몸이 아프기도 하고. 나는 이런 사건사고를 그래도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그저 지나가렴~" 이라는 마인드로 함께해 줄 파트너가 생겨 기쁘다. 이런 파트너가 없으면 세계 곳곳을 누벼보며, 이곳 저곳을 가보며 일하고 살아보는 것에 대한 용기를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금 여행을 꿈꾸고, 다른 나라에 살아보고 싶은 분들 한 번 쯤 꼭 생각해 두셨으면 좋겠다. 일주일 내외 휴양지를 가는 여행이 아니라면, 다른 곳에서의 삶은 좋은 일과 나쁜일들이 끊임 없이 교차하는 일상이다. let it go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 어느곳에서도 평온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작가의 이전글 싸우고 화해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