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 30만원이라..그 식당 뭘 파나요?
이 이야기를 쓰기 전 꽤나 고민을 했다. 요즘 어느 플랫폼을 봐도 먹는 이야기 뿐인데 나도 꼭 먹는 이야기를 기록하거나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근데, 어쨌든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우리 사는 데에 먹는 이야기가 빠질 순 없으니 우리가 경험했던 유럽 최고의 식당이라 불리우는 그 곳에 간 경험을 적고싶다.
나는 태어나면서 부터 별로 식욕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 그와의 데이트 때에도 먹는 양도 좀 적을 뿐만아니라, 좋아하는 음식이 딱히 없는지라 매번 그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볼 때 마다 아주 곤혹이었다. (그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내고 싶어서 매번 노력했는데, 늘 많이 먹지 않아 아쉬워했지.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음식을 먹이고 싶어하는 마음은 만국 공통이랄까.) 게다가 그는 자칭 미식가이며, 넥플릭스 쉐프 테이블 시리즈에 나온 식당들을 격파(?!) 하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어서 그 욕구가 더 강했을지도 모르겠다.
여튼 그는 우리가 이탈리아로 가기 직전까지 마시모 셰프가 운영하는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를 예약하고 싶어했는데 마침 토요일 점심 시간에 덜컥 예약이 되었다. 근데 인당 30만원이라니..너무 비싼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또 언제 다시 올 수 있겠냐는 마음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아담한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코스요리가 나오는데, 사실 초딩입맛인 나에게는 모든음식들이 아주 건강한 맛이었다. 근데 음식을 잘 모르는 나도 이 셰프는 아주 장난꾸러기 이거나 아니면 thinking out of box를 즐겨하는 사람이란 건 단숨에 알수 있었다. 이탈리아인에게는 생소할만한 아시아의 스파이스나 broth를 쓴 음식들도 있었고, 생긴것은 매운맛이나 짠맛이 돌것 같은 파스타, 채소처럼 생겼는데 맛은 단맛이 가득한 디저트 이거나.. 이렇게 사람들의 예상을 깨는 디쉬들이 계속 서빙되었다. 틀림없이 창의적인 셰프임이 틀림없다. 음식에 본인의 생각을 담아 파니, 이렇게 비싼 가격으로 책정해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것인가 보다.
게다가 믿음이 가는건, 그가 레스토랑에서 직접 요리하는 것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그가 레스토랑 밖에서 휴식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라. 많이 봤던 익숙한 얼굴이 있길래, 혹시 마시모 셰프냐고 물었더니, 편한 나이키 스니커즈에 셰프복을 입고 있는 그가 "Yes Madam"이라며 내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정중하게 인사해 주었다. 그는 유럽 최고의 스타 셰프이지만, 여전히 그의 식당에서 요리하고 손님을 맞고, 레스토랑 확장에 대해 눈이 빛나며 이야기하는 믿음직한 사람이었다.
맛있게 잘 먹은 식사였고, 즐거운 serendipity였다. 그는 예상치 못하게 마시모셰프와 기념 사진을 남기게 되어, 그날 내내 기분이 아주아주 좋았다지! 하하. 그가 내가 서울에서 왔다고 했을 때 "세울!"을 외치며 최근에 한국에도 구찌와 함께 레스토랑을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사실 모르고 있었는데, 검색해보니 벌써 많은 분들이 방문하신 것 같더라.) 아시아에서도 그의 아름다움 음식 솜씨를 마음껏 보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