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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Jan 24. 2023

결혼 이민에 대하여

결혼 이민도 이민이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누군가 "결혼 이민도 이민이었다"라는 말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겠다고 먼 길을 떠나는 것. 의지할 사람이 있어 한결 든든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결혼 이민도 이민인만큼 수십년간 익숙했던 방식을 떠나 하나하나 새롭게 적응해야만 한다. 한국에서 아무리 프로페셔널이고,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학교를 졸업했더라도 미국에서는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냉혹한 현실이라면 현실일까. 


그의 여동생은 나보다 1년 먼저 결혼을 했다. 그녀의 남편은 인도계 미국인으로, 정확히 말하면 파키스탄계 미국인인 그녀도 국제결혼을 한 셈이다. 우리로 치면 남남북녀가 만난 것과 진배없으니, 나보다도 어려운 결혼이었을까 하하. 언젠가 한 번 그녀의 남편과 커리어에 대해서 이야기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나 말이지,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좋은 직업, 그리고 남 부럽지않은 돈 벌면서 직장생활 한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결혼 준비하면서 미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구해야 하고, 여기에서 크레딧을 쌓아야 하고 이 모든 것이 내가 쌓아온 커뮤니티와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그런 기분이더라고. 한국에서는 쉬운것들이 여기에서는 쉽게 자동 패스되는 게 하나도 없고, 내가 괜찮은 사람이다. 불법이민 할 사람아니다를 하나하나 증빙해 나가는게, 어쩔때는 속상하기도 하더라고." 


그도 인도에서 학위까지 마치고 미국으로 이민을 오거나 직장을 찾아 오는 엔지니어 친구가 많아서인지 이 말에 크게 공감했다. (물론 조지아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그의 친구들은 대부분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비자를 포함해서 미국 회사에서의 대우가 좋다.) 언어도 모국어가 아니고, 미용실 한 번을 가려고 해도 "길이는 건드리지 말고 정리만 살짝 해줘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를 생각해 봐야 하는...이런 현실들에 잘 맞서서 기죽지 않고 용기있게 헤쳐나갈 사람만이 결혼이민을 택해야 한다. 


나도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 보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미국에 입국해서 배우자 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CR1 비자를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을 두고 그곳에 정착할 준비를 하고 싶기도 하고, 다른 나라를 여행할 수 없는 자유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내가 미국에서 살든, 한국에서 살든 직업을 포기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직장을 다니고 싶고, 좋은 기회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내 비지니스도 해보고 싶다. 특히 미국에서 살면 경제적 힘을 잃는 순간 내가 그에게 전적으로 기댈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결혼생활을 하는 파트너는 나에게 너무나 좋은 조력자이지만, 파트너가 없어도 집도 마련하고 내 생활을 할 수 있는 그 정도의 경제적 흐름은 만들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포인트 인 것 같다. 


누군가가 결혼이민을 생각하신다면 꼭 말씀드리고 싶다. "결혼이민도 이민이다." 준비되지 않으면 그 만큼 더 흔들리고 더 힘들다. 모든것을 파트너에게 의지하지 마시라. 파트너가 있기에 온보딩 과정 자체는 좀 쉬워 보일 수 있어도 그린카드 이후의 삶은 우리가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건 다른 이민자들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그 길을 가기전에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보시라. 내가 선택한 그 사람이 내가 자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일 투성이이고 사건사고 투성이일 때 묵묵히 나를 기다려줄 수 있는 파트너인지.  (한치 앞날 모르는 사람 인생이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심사숙고 하는 게 때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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