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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xan Maya Feb 14. 2023

Fair marriage

진짜 독립의 의미로, Fair marriage 

결혼은 부모에게서 독립이라는 말을 한다. 그렇다 완전한 독립을 이루고, 본인의 가정을 스스로 꾸리는 일. 그런데 이 독립에는 재정적 독립도 포함이 된다. 한국에서 부모에게서 완전한 재정적 독립을 이루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사회의 분위기가 그러하고,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학교 공부를 다 마치는 것도 거의 불가능이다. 


나와 나의 남편은 결혼식을 하지 않았다. 몇 년 후에 생각이 달라져서 "우리 결혼식 해볼까? 사람들 초대해서 파티도 하고."라고 성대한(?!) 결혼식을 올릴수도 있겠지만, 지금 우리는 딱히 이런 이벤트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싱글일 때 모아온 재정으로 나중에 우리가 살고 싶은 나라를 경험해 보거나 우리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큰 예식을 치르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남자가 집을 마련해 온다."는 사실 남자에게 공평하지 않은 무게의 짐인거 같고, 사실은 남편의 부모님이 재정적 도움을 줘야 가능한 부분이다. 


우리 부모님이 처음 "남자가 집을 해오는 거지"라고 했을 때, 나는 꾸미지 않고 남편에게 이런 부모님의 기대를 말했고, 서로 논의 했다. 감사하게도 그는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모님의 기대에 대한 전후맥락을 잘 이해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그의 부모님에게 그런 재정적인 짐을 지어주고 싶지 않아했고, 나도 부모님이 평생 버신 돈으로는 그들의 노후를 좀 더 잘 준비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 이미 부모님이 서울에 내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 도와주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더 이상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 둘다 충분히 우리 능력으로 앞으로의 생을 살아갈 만큼 수입을 벌고 있고, 벌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의 재정적 도움없는, 그와 나와 우리의 부모님들에게 Fair한 진짜 Fair marriage를 시작하기로 단단히 결심했다. 우리 둘다 10여년 가까이 사회에 나와서, 적든 많든 직접 돈벌며 생활해 왔던 터라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예물, 예단 혹은 파키스탄의 전통에 따른 예물 교환, 미국식 결혼식 이런 부분 없이, 우리는 서로의 스타일에 맞는 웨딩반지를 맞춰 끼고 engagement를 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잘 한 선택이 아닌가 싶다.


결코 결혼식, 예물 같은게 잘못 되었다는 게 아니다. 모두들 본인이 원하는 결혼의 방향이 있고, 여기에 틀리고 맞음은 없다. 다만 한쪽에 크게 부담이 된다거나 원하지 않는 방향이 아니라, 대화와 깊은 논의로 양쪽에서 Fair하다고 느끼는 결혼을 해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작을 다시 balance 있게 맞추기 까지는 더 오랜 세월과 마음의 부담감과 화해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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