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CES에 대한 회고 -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얼마 전 한국 뉴스에도 떠들썩 했겠지만, 그와 나도 CES와 관련된 이벤트에 초청되어 다녀왔다. 신기술도 가득하고, 오랜만에 간 라스베가스의 떠뜰썩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나와 그의 눈에 색다른 풍경이 들어왔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트럼프월드 로비에서 발렛서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린 아이와 체크인을 하는 미국 부모들이 몇몇 보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라스베가스로 휴가나 여행을 왔다보다 했는데, 그 아이와 부모가 모두 CES 등록 목걸이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 저 아이도 우리와 같이 CES 참관을 위해 이 도시를 찾은 거였다.
난, 사실 속으로 좀 놀랐다. 이런 비지니스 관련 행사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한 번 도 해본적이 없었는데, 이런 비지니스 현장을 보는 아이는 그 아이가 20대가, 30대가 되었을 때 특별한 다른 교육 없이도 자연스럽게 비지니스 애티튜드를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처음 비지니스 파트너를 만났을 때 어떻게 icebreaking을 하는지, 명함을 어떻게 주고 받는지, 좋은 기술과 그렇지 않은 회사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어깨너머로 엄마 아빠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좋은 환경에 노출되는 거다.
나와 그는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이지만, 우리의 부모님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오셨다. 그의 집은 좀 교육자에 가까운 환경이고, 우리 집은 아버지가 자동차 제조 공장을 하신다. 그래서 그와 나는 스타트업이나 IT 비지니스 환경은 사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접할 수 있었지, 그 전에 이런 환경들에 노출된 적이 없었다.
우린 CES exhibition 현장으로 가는 10-15분 남짓한 시간동안 우리가 후에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가 무엇일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길게 나눴던 것 같다. 좋은 재정 환경을 갖춰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이러한 비지니스 현장 교육을 해주는 것이 그 아이가 인생을 살면서 좋은 협상 기술을 터득하고, 자연스럽게 비지니스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길이 아닐까. 우리 양가는 사랑으로 우리를 키워주셔서 더 없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지만,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이런 현장 교육이 아니었을까.
혹시라도 독자중에 내년, 내 후년 CES를 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혹은 비지니스 박람회에 자주 참석하시는 부모님이 있으시다면 현장에 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녀와 함께 참석해 보시는 것도 좋으시리라 추천드린다! (난 사실 그날 레지던스 로비에 아빠와 함께 서있던 열살 남짓한 미국 남자애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