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겨리 Nov 21. 2024

핑계고 출신

어쩔 수 없이 핑계를 대야 한다면...

핑계는 너를 향한 손이다.

두 손가락은 너를 향하고 세 손가락은 나로 향한다.




- 김건모가 어느 고등학교 출신인지 알아?

- 모르지, 어디야?

- 핑계고!

- 뭐~?

 - 핑계고 출신이라고....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네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혼자 남는 법을 내게 가르쳐 준다며 농담처럼 진담인 듯 건넨 그 한 마디.....

- 와우~ 너 구타유발자 영화 알지. 못 봤으면 지금 한 번 볼래?

( 이 노래가 자연스레 불러진다면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핑계는 입에 달린 창이다. 늘 찌른다.

늘 핑계를 대는 사람이 있다.

특히 정치인이 그렇다.

정치인은 내가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다. 모두 네 탓이다.

네가 잘못해서 우리가 이렇게 됐고 나만이 이것을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희 회장의 통찰이 생각난다.

'정치는 삼류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핑계는 일류인 듯.

문제를 푸는 지혜는 나로부터 시작해서 너에게 가야 한다.

순서가 바뀌면 답이 없다.


갑자기 생각나는 한 장면.

초등학교 남학생에게 예쁜 리포터가 마이크를 대며 물었다.

- 커서 뭐가 되고 싶어요?

- 국회의원요.

- 아~(눈이 커지며 의외라는 표정과 순간의 멈춤), 왜요?

- (당당하게) 놀고먹잖아요. 돈도 많이 벌어요. (엄지 척이다.)

고개를 끄덕이는 리포터가 보였다.


나도 핑계를 말할 때가 많다.

스트레스받아서 술을 먹고, 약속 시간을 맞추기 위해 과속을 한다.

바빠서 책 볼 시간이 없고, 운동하기엔 오늘 피곤하다.

그럴듯하고, 그럴듯해서 핑계가 된다.

핑계는 그럴듯한 가면을 쓰고 있다.


이유와 핑계는 차이가 있다.

이유는 상식이 통한다.

핑계는 그럴 듯 하지만 금방 벗겨지는 가면이다.

자기 방어를 위해 휘두르다 내 손을 베개 한다.

그래서 핑계는 대면 상처가 생긴다.


차가 늦어서 약속 시간에 늦었다.

다른 팀의 서류가 늦어서 내 보고서가 늦었다.

아파서 숙제를 못했고 시험 전날 감기에 걸려 시험을 망쳤다.

엄마가 뭐라고 해서 기분이 나빠서 화가 났다.

친구가 자신에게 뭐라고 해서 엄마에게 화를 냈다.


물론 이유 있는 핑계도 있다.

처녀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가 있었어요."와

"그게 아니고 이래서 그랬다니까요."는 차이가 있다.

같은 말 다른 뜻이다.

같은 옷인데 차은우가 있는 옷과 내가 입는 옷의 차이 갈까.


아예 핑계 없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굳이 핑계를 대야 한다면

미안한 마음을 말하고, 나에게서 먼저 찾아보자.


글을 쓰며 반성해 본다.

문득 내 핑계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ps :

요즘은 김건모의 '이별이 준 선물'이 좋아 많이 듣는다.

지금도 들으며 쓰고 있다.

노래를 들으면 잠깐 노래 속에서 살 수 있다.





이전 18화 가을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