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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일 Mar 21. 2017

가짜 뉴스와 싸우는 법

가짜 뉴스의 정체와 단순한 해결책 몇 가지

티브로드 동서울에서 가끔 방송되는 '잡다한 잡테크' 프로그램을 1인 방송 형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영상을 유튜브에도 올리고 있고요. 영상을 만들며 정리했던 자료를 간략하게 올려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9UKU1JoxGg&t=148s


가짜 뉴스란?

  뉴스의 형태로 유통되는 만들어진 이야기. 기존 기사의 일부를 조작하거나 내용 전체를 거짓으로 꾸몄지만 언론사에서 만드는 기사의 형식을 따라 작성되었기 때문에 얼핏 봐서는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종이신문의 형태로 유통되기도 하고 스마트폰 SNS앱을 통해 사진이나 웹페이지 주소 링크 형태로 유통되기도 한다. 심지어는 기존 언론사의 웹사이트와 유사한 홈페이지를 개설하여 운영하기도 한다. 오보가 실수로 작성된 기사라면, 가짜 뉴스는 의도적으로 작성된 거짓말이다.


가짜 뉴스 사례

  미국 대선에서 가짜 뉴스가 '활약'한 사례나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활발히 유통된 한국 사례는 많으니 따로 적진 않겠다. 미 대선 기간 동안 유명했던 '피자 게이트' 정도만 찾아 보아도 가짜 뉴스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범죄와 연루되었다는 일명 '피자 게이트' 사건


가짜뉴스가 쉽게 확산되는 이유1 : 시대의 변화

  예전에도 삐라/찌라시(사설정보지)를 비롯해 출처를 알 수 없는 소식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요즘처럼 파급력을 갖진 못했다. 만듦새가 조잡했고, 유통을 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었다(혹은 파급 효과가 아주 형편 없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되고 미디어 유통구조가 변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기사를 쓰고 포토샵을 이용해서 기존 사진을 편집하면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한 가짜 뉴스를 쉽게 만들 수 있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며 누구나 쓰고 있는 SNS메신저를 통하면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순식간에 공유할 수 있다. 기존 언론사들도 SNS 공간에서 떠도는 소식을 기사의 출처로 삼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잡담처럼 끄적인 내용이 반나절만에 전국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기존 언론의 권위와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현상도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다. 예전에는 뉴스에 나오고 신문에 실리면 논조와는 상관 없이 기정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젠 다르다. 언론의 오보와 왜곡보도를 겪으며 사람들은 더이상 주류 언론에 기대지 않게 되었고 대안언론이나 대안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일이 늘어났다. 또한 사회가 불안해지다 보니 알려진 것과는 다른 숨겨진 진실이 있을 거란 음모론적 시각이 확산되고도 있다.

  요약하자면, 이젠 가짜 뉴스를 위한 토양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언론사와 IT회사들의 가짜뉴스 대책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올린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바탕이 되어 돌아간다. 구글은 인터넷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정보 중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가장 적확하게 보여줌으로써 존재한다. 공통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가 두 업체의 근간인데 최근 가짜 뉴스가 틈입하여 신뢰성을 뒤흔들고 있다. 저널리즘이나 진실 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도 페이스북과 구글의 입장에선 가짜 뉴스가 사업을 위협하는 성가신 존재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박멸해야 한다.

페이스북 게시물에 붙는 가짜 정보 경고 딱지

  작년부터 페이스북과 구글을 포함하여 수십 개의 언론사로 이뤄진 검증팀이 활동하고 있다. 누군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 사실 관계를 의심하는 신고나 제보가 들어오면 교차 검증을 통해 게시물의 진위를 판별한다. 그리고 사실이 아닌 경우로 판단되면 해당 게시물에 ‘논란이 있는 disputed’이란 딱지를 붙인다. 경우에 따라선, 그리고 앞으로는 속도를 단축하고 효율적인 검증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하기도 할 것이다.(이미 출시된 크롬 브라우저의 플러그인 Fib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팩트 체크'를 한다) 하지만 인터넷의 전파속도는 너무 빨라서 검증되기도 전에 가짜 뉴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공유될 수 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의 유포로 인해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는 사후 검증의 한계다.

  검증 제도는 검열 제도로 남용될 수도 있다. 개인, 기업, 국가기관이 자신에게 불리한 게시물에 대해 가짜 뉴스란 딱지를 붙이며 반론을 제기하면 사람들은 해당 정보에 대해 영원히 혹은 일시적으로 차단된다. 이는 알 권리에 대한 침해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는 검열기관이 되지 않겠다고 주장하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검증과 검열의 경계는 살얼음처럼 얇을 수밖에 없다.

  또한 문자, 사진이 아닌 동영상 형태의 뉴스는 어떻게 검증할까. 동영상 속에 삽입되는 다양한 그림, 그래픽 자료, 음성 등을 모두 검증하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방대한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를 일일이 검증할 수나 있을까?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편집을 통해 맥락을 비틀어 사실을 왜곡하는 동영상 콘텐츠까지 검증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결국 사후처방, 대증요법식의 대책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미 블라인드 제도는 일종의 검열 제도로 작동하고 있다


가짜뉴스가 쉽게 확산되는 이유2 : 필터버블

  필터버블 filter bubble 이란 자기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갇혀 있는 상황을 말한다. 학교 동창이나 가족 모임처럼 타의적으로 구성된 모임들은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맞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생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고 다양한 상황에 노출되며 자기 생각이 조금씩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SNS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친구들과 웹사이트 즐겨찾기는 전혀 다르다. 내 입맛에 맞는 사이트에 주로 찾아가고, 나랑 비슷한 일을 하거나 비슷한 성향을 가진 친구들을 ‘페친’으로 신청/수락한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보는 모든 정보들은 내가 했던 모든 클릭에 영향을 받아 구성되고 보여진다. 내가 구매한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우선 보여주고, 검색한 적 있는 낱말과 관련이 있는 정보를 윗쪽에 띄워준다. 같은 내용에 대해 검색하더라도 나와 내 친구의 검색 결과는 다를 수 있다. 힘들게 오랜 시간 들여 검색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선 편해 보이지만 제3의 정보에 대해서는 애초부터 차단당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위험해 보인다. 더 무서운 건 어느 샌가 그런 정보의 필요성조차 잊게 된다는 점이다.

  가짜 뉴스는 이런 원리를 기반으로 확산된다. 평소에 내가 보던 뉴스와 비슷한 뉴스만 구글 검색 결과 중 상위 화면에 뜨고, 내 성향과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른 뉴스만 뉴스피드에서 보게 된다면 어느 샌가 내 생각도 그에 따라가지 않겠는가. 무작위의 정보가 아닌 내 취향에 맞는 뉴스만 보게 되면 생각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Eli Pariser의 Ted.com 강의 영상. 한글자막 제공 https://www.ted.com/talks/eli_pariser_beware_online_filter_bubbles)

내 앞에 보이는 건 내 입맛에 맞춰 재가공된 정보들이다. 출처: Eli Pariser의 Ted.com 강의 영상


가짜 뉴스가 쉽게 확산되는 이유3 : 확증편향

  확증편향이란 자기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해 줄 자료만 찾는 습성을 말한다. 처음에는 증거를 모으는 차원에서 정보를 찾지만 나중에는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내가 맞다는 걸 확인하여 기분이 좋아질 자료만 찾는 식으로 치우치고 마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보다 신념과 기분이 더 우선시 되는 현상이 확증편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짜 뉴스가 잘 '먹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조금 과격하고 의심스럽긴 해도 내 생각과 동일한 주장을 하고 내가 옳았다는 걸 증명해주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 "역시 내 눈은 정확했어. 나만이 진실을 알고 있어"라는 식으로 흐를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

  버블필터가 자기도 모르게 당하는 현상이라면 확증편향은 내가 주도해서 시선을 좁게 만드는 현상이다. 지금 인터넷 브라우저의 즐겨찾기를 확인해보자. 내 의견과 반대되는 입장을 접할 기회가 있는지...


가짜 뉴스가 쉽게 확산되는 이유4 : 뉴스의 콘텐츠화

  세상에는 수많은 형태의 콘텐츠가 존재한다. 어떤 것은 학습을 위해, 어떤 것은 오락을 위해 소비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는 목적과는 상관없이 모두 0과 1의 비트로 취급된다. 인터넷 수익 구조는 기본적으로 트래픽이다. 얼마나 많이 접속하고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에 따라 수익이 결정된다. 얼마나 유익한지 얼마나 유해한지는 중요하지 않고 오로지 많은 접속자와 오랜 체류시간만 중요할 뿐이다.

  기존 언론사들의 재정은 악화되고 있다. 종이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 등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모두 온라인 기반 뉴미디어에 밀리기 시작했고 뉴미디어에서조차 뉴스는 재미있고 자극적인 콘텐츠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이미 팟캐스트처럼 재미있고 알찬 대안 언론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올드미디어를 찾을 이유가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구독료보다 광고 수입이 더 중요한 언론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사들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사용자들의 미디어 소비습관을 맞춰 나름대로 변신하고 있다. 웹드라마나 웹툰과 같은 다른 스낵컬처 콘텐츠처럼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형태로 뉴스를 만들고 있다. 카드뉴스나 SNS를 통해 쉽게 배포할 수 있는 짧은 영상이 대표적 사례다. 뉴스는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고 많이 공유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서라도 살아남기 위해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가볍게 소비되는 뉴스 콘텐츠는 내용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카드뉴스의 경우가 그렇듯 몇 줄의 문구와 사진 몇 장으로 핵심만 요약하다 보니 출처도 불분명하고 맥락이 배제된 토막 정보만 담긴다. 육하원칙이나 반론을 위한 균형감과 같은 저널리즘의 기본기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다. 가짜 뉴스는 이 틈새를 파고든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도 그럴듯한 디자인으로 꾸미고 SNS 영향력이 큰 사람들의 손으로 몇 번만 공유되면 다른 뉴스와 동일하게 취급받는다. 오히려 자극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받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인터넷 트래픽 기반의 수익 구조하에서는 진짜 뉴스냐 가짜 뉴스냐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가짜 뉴스라 하더라도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만 된다면 광고 수익은 발생하니까. 자사의 이익에 영향을 주지만 않는다면 가짜 뉴스라 하더라도 엄연한 하나의 콘텐츠로 취급해주는 곳이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다. 적어도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진짜 가짜보다 얼마나 더 흥미로운가가 콘텐츠의 중요한 기준. 그런데 잠깐! 이 한 장의 사진만으로 기사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나? (출처 : 연합뉴스)


가짜 뉴스와 싸우는 법

  가짜 뉴스와 싸우는 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교육을 열심히 해야 한다. 내 전공이 교육학이고 현재 미디어교육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은 이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 한계로 가득한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찾는다면 이 방법 이외의 다른 대안이 있을까 싶다. 교육의 특성이 그러하듯 어릴 때부터 하면 좋겠지만 성인에게도 필요하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조금 뻔한 세 가지 방법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과학적 사고를 위한 교육 :  진실을 파악하는 데 감정과 신념에 휩쓸리지 않고 사실(fact)에 기반해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고방식이 몸에 익어야 한다. 어떤 주장이나 명제를 접하면 증거가 될 사실과 자료를 수집하고 비교 검증하고 증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것이 과학적 사고방식의 핵심이다. 단순한 수치 계산이나 공식 암기가 아닌 논리를 위한 수학도 좋고, 한 가지 사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교육도 좋다. 요점은 기분과 느낌, 신념 같은 주관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과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 : 대부분의 가짜뉴스의 주장은 황당하고 과격하다. 증거가 부실하고 비판의 대상이 특정되어 있다. 반론을 들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일방의 주장만 담고 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의심하거나 코웃음칠 내용도 필터버블에 갇혀 있거나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사람에겐 진리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점을 어릴 때부터 교육시켜야 한다.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그들을 차별하거나 배척하는 건 옳지 않다는 걸 알려주어야 한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공격받으면 어떤 심정일지를 느껴보도록 역지사지 교육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편향되지 않고 균형감 있는 시각을 가진 건전한 시민으로 자랄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 리터러시 교육이란 문자를 읽고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문해교육을 말한다. 단지 문자를 읽고 쓰는 법뿐만 아니라 문자로 적힌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자기 생각이 담긴 글을 직접 쓰기까지 해야 온전한 리터러시 교육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마찬가지다. 글을 읽는다고 모두가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눈과 귀가 있어 각종 콘텐츠를 본다 하더라도 미디어 읽기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과 한계가 있다. 표면적인 정보만 파악할 수도 있고, 자기 경험과 세계관에만 갇혀 치우친 정보만 취득할 수도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다면 각종 형태의 미디어의 요소들이 어떤 기능을 하고, 한 가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어떤 기법들을 동원되는지를 알 수 있다.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취사 선택할 수 있다. 각종 매체가 갖는 특유의 속성까지 이해한다면 전달된 정보에 집중하기보다 내용 뒤에 감추어진 진실까지 파악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줄 수 있는 이런 능력들은 공교롭게도 건전하고 상식적인 시민에게 필요한 자질과도 일치하니 우연치고는 너무 재미있지 않은가.


뉴스를 접했을 때 해야 할 일 7가지 (출처 : KBS특집다큐 '미래의 조건 뉴스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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