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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esta Apr 12. 2020

#북리뷰 「팩트풀니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세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터넷과 스마트폰은 우리가 손가락만 움직여 세상을 보도록 해 주는 훌륭한 발명품이다. 덕분에 우리는 출퇴근 지하철에서, 음식점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혹은 밤에 잠들기 전 침대에서 몇 분간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훑어볼 수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가난하게 살아가는 아이의 일상부터 세계 정상급 회담에서 오고 간 화제까지 터치 몇 번으로 파악이 된다.


 그러나 이 손바닥만 한 화면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는 장밋빛만은 아니다. 처절하게 굶주려가는 어린아이의 실상, 다국적 대기업의 비윤리적 행태와 점점 벌어져만 는 빈부의 격차, 각국 정부의 부정부패를 보면 우리가 맞을 미래가 얼마나 암울할지 걱정이 된다. 왜 세상은 이렇게나 추잡할까? 우리 앞에 놓인 암흑을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놀랍게도 어두운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그냥 우리 앞에 놓인 일만 묵묵히 하던 대로 해 나가면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배워왔던 세상의 어두운 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우리가 손을 쓰지 않아도 세상은 믿기 힘든 속도로 빠르게 나아지고 있다.  평균 수명, 부국과 빈국 사이의 상대적 격차, 범죄율, 의료 서비스의 수혜자 등의 지표는 급속도로 나아지며, 세상이 점점 더 살 만한 곳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증명해준다.


 일반적인 시민들이 현실을 알고자 세계은행의 통계를 열람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평균 수명의 증가 추세를 모를 수는 있다. 문제는 단지 우리가 백지상태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계관이 잘못 덧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여러 미디어 매체로 교육된 우리는 세상을 점점 나빠진다고, 편향되게 알고 있지 않았나?「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우리의 무지를 교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오해된 지식을 바로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우리가 가볍게 소비하는 언론과 소셜미디어 은 순간 우리의 본능 사로잡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정보들을 만든다. 혹은 소비자인 우리가, 뉴스를 보는 짧은 시간에 우리에게 자극을 주지 못하는 정보는 잘 소비하지 않는다.

그런데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우리의 본능은 현실의 정보를 해석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아니며, 추상적이고 거대한 관념들을 다루는 데 우리의 직관은 뛰어난 안내자가 아니다. 우리에게 자극을 주는 정보만 편식하다 보면 세계를 왜곡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왜곡하여 바라보는지 알려주기 위해, 열세 가지 상식 문제를 낸다. 답이 뻔해 보이는 쉬운 삼지 선다 문제들의 정답률은 16프로. 찍어서 맞출 확률의 절반이다. 우리의 무지가 문제였다면 정답률이 이렇게 낮을 수는 없다. 저자는 찍어서 맞출 확률 3분의 1을 침팬지의 정답률이라고 말하고, 각국의 증권사, 정부. 세계기구에서 일하는 인재들의 정답률과 비교한다. 이 대결에서 사람이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행히도 책의 주된 내용은 세계를 명확히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것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침팬지보다는 똑똑해질 수 있으니, 자존심에 너무 상처를 받지 말자. 이를 위해 저자는 우리의 오해의 원인으로 열 가지 본능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통계와 자료에 의거한 현실을 알려 준다. 이견이 없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통계로 증명된 상식과 달랐던 현실을 보며, 내가 세계의 실상에 얼마나 무신경했는지, 조금의 관심이 얼마나 명료한 시각을 가져다주는지 깨닫게 된다.


 팩트풀니스란, 이렇게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을 지칭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다. 그리고 그가 제시한 열 가지 본능은 이성적 사고를 갈고닦기 위해 필수적으로 피해야 될, 이분법이나 부정적 사고, 일반화와 맹목적 비난 등을 그만의 언어로 서술한 것이다. 한스 로슬링은 잘못된 부주의하게 만들어져 빠르게 퍼져 나가는 잘못된 현실 인식과 싸웠고, 이 책은 그 무기였다. 「팩트풀니스」가 교양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있는 통계적 내용까지 알고 있을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데이터에 의존해 세상을 해석하는 법을 인지만 한다면 책의 목적이 반 이상 달성되었다고 본다. 가볍게 생성되는 수많은 자극적 뉴스 속, 정보의 가치와 정확도를 판단하지 못한 채 휩쓸려 다니는 우리에게, 팩트풀니스가 제시한 방법론은 꼭 필요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책이 갖는 나머지 절반의 가치는 당신이 관심을 갖는 세계를 해석하며, 팩트풀니스를 실천하는 것이다. 데이터라는 깨끗한 렌즈를 통해 당신이 더 밝은 세상을 보고, 실제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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