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들라크루아: 영원히 화가

삶의 네 악장

by 김명재

미셸 들라크루아의 특별전은, 그의 삶을 하나의 교향곡처럼 엮어내고 있었다.

젊은 날의 청년기, 원숙한 노년기, 그리고 한 편의 시처럼 잔잔한 말년기까지—

그의 인생을 따라 걷는 네 개의 악장은, 계절처럼 흐르면서도 고요히 한 사람의 마음을 두드렸다.

몬테크리스토-담뱃가게의 파노라마




나는 원래 미셸 들라크루아라는 이름을 알고 있지는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브런치에서 모지스 할머니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고,

그분의 그림과 삶이 내 마음에 작은 방을 만들었다.

그의 그림 속엔, 풍요롭진 않았지만 고단한 인생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노년의 시선이 담겨 있었다. 따뜻했고, 평온했고, 무엇보다도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을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또 우연히,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과 비슷한 풍경을 그린 화가를 만나게 되었다.

미셸 들라크루아라는 이름이었다.

익숙한 선과 색채, 서정적인 장면. 그의 그림을 찾고 또 들여다보는 사이,

이미 한국에서 2023년 말에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전시가 열렸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단지 우리 둘 뿐


‘벨 에포크’—

참 이상하게도 이 단어는 내 머리속에 깊숙이 스며든 단어였다.

당진문화재단에서 “모네 레플리카전”을 진행해서 자주 전시관을 방문하면서 회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시절의 예술과 문화, 그리고 그림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하나.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배우 박은빈이 살던 하숙집의 이름도 ‘벨 에포크’였다.

젊은 여성들의 아픔과 치유, 그들이 서로를 안아주고, 밤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받던 그 집이 가장 찬란한 시절을 뜻하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는 게 왠지 긴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드라마 였지만 그녀들이 각자의 아픔 안고 일상을 살다가 다시 돌아와 함께 잠자고 이야기하고 위로를 받는 하숙집이 문화와 예술이 절정으로 꽃피웠던 “벨 에포크”라는 설정이 맘에 들었었다.

파리의 심장



이번 전시에서 내가 본 미셸 들라크루아의 그림들 속 사람들은 누구 하나 찡그린 얼굴이 없었다. 조용히 움직이며, 누구는 손을 흔들고 누구는 창문을 열고, 어디선가 아이들이 뛰노는 장면은, 바쁘지만 여유롭고, 평범하지만 사랑스러운 일상이었다. 일상을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의 그림은 색채는 강하지 않았고, 선은 수채화처럼 부드러웠으며, 윤곽이 또렷하지 않아서 그림 전체에서는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그림 어느 그림에나 한 마리씩 등장하는 강아지들—그 존재만으로 관람자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좋은 전시회’란, 그 전시회를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조금 더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


파리 오페라, 카페 드 라 페


그날도 그랬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무더위 속 전철을 타고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까지 다녀오느라 지치기도 했지만, 전시회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함께 그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어릴 적의 우리, 그리고 나이 든 우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야기는 멀리 갔고, 풍경은 오랫동안 남았다. 그래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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