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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Jun 16. 2019

미니멀 라이프를 대하는 태도

미니멀 라이프

▲2017 미니멀 메이크업이 트렌드가 될 전망이다(출처=핀터레스트)


2017년 5월 에세이. 한 2년쯤 됐을까. 도미니크 로로의 미니멀 라이프 시리즈, 붓다의 가르침으로 미니멀을 깨우치는 서적 등  <미니멀 라이프>로 분류되어 출판된 거의 모든 책을 읽었다. 맥시멀 리스트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신세계>이며 <문화 충격>이었다. 미술사 이즘에서 미니멀리즘을 접했어도 그 행위를 <생활>에 적용해 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으니까. 책을 쓴 사람들도 <실행>에 옮겼고 <변했다>는 데 대해서 나도 (정말) 변하고 싶었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말이 떠올랐지만 사람들은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즐기는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가. 미니멀 라이프를 살기 위한 노력으로 당장(right now!) 내 <짐의 무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화선지 한쪽에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피어오르는 동양화처럼 정말 내가 좋아하고 필요한 물건만 있는 <여백>이 있는 공간에 서있는 나를 상상했다. 와우. 

<버리기> 관련이나 <정리> 관련 서적도 혹여 미니멀 라이프에 도움이 될까 하고 찾아 읽었다. 여기서, <정리> 관련 서적만도 열 권? 스무 권은 넘게 읽었지만 아직 나보다 뛰어나게 정리를 뛰어나게 잘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서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데 자신감이 생길 수 있었다. 다행히 소질이 있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적어도 막막한 시작이 아니어서 감사했다. 미니멀 라이프를 멋지게 살고 있는 블로거들의 이야기 읽기도 지금은 내 일상의 일부가 됐다. 


종교가 없는 나에게 미니멀 라이프를 대하는 태도는 물건을 <최소화> 하는 것과 이를 <유지> 하는 데 집중한다. <인생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하니 소비 천국에 살면서 유혹이 많아도 여행 가방에 짐을 늘리는 일(습관)은 없게 하자>고.


물건을 최소화하겠다는 나의 태도는, 고무신 한 켤레와 차를 마시는 도기 한 세트만 소유한 스님의 삶을 살겠다는 게 아니다. 나에게 있어 미니멀 라이프란 <필요한 물건 또는 며칠 몇 달 꿈에 나와 꼭 갖고 싶은 것만 소유하고 나머지 그 어떤 것도 불필요하면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매 순간 미니멀 라이프에 도전하는 태도를 갖게 된 나는 이미 미니멀리스트다."


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시작으로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2:소식의 즐거움>, <심플한 정리 법>, <작은 집을 예찬한다>, 미니멀 라이프 연구회가 지은 <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 싶다>, <미니멀 리스트 붓다의 정리 법>,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미니멀리스트가 된 이야기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 부엌(boouk) Vol.2 '미니멀'에는 미니멀 책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탄생시킨 작가와 기관 등 6개의 인터뷰 글이 그 베스트셀러의 뒷이야기들이 소개된다.

도미니크 로로가 던지는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 <소유한 것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간다> 같은 문장들에 격한 공감을 했고, 나는 <왜 이제야 이런 글을 읽은 거지?>, <왜 나는 필요하든 아니든 끊임없이 소비를 해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한 거지?>를 끝없이 대뇌었다. 7kg 납덩어리 투포환에 뒷머리를 맞는 기분이었다.

옷, 구두, 가방, 화장품은 당연하고 나는 유난히 아이디어 팬시용품을 좋아하고 한때 키덜트족이 트렌드로 부상할 땐 부지런히 동참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핸드폰과 랩톱을 좋아해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과 후로 사용한 기계들을 다 합치면, 2-30명쯤 되는 어떤 조직에게 나눠줘도 충분하겠단 생각이 든다. 한국에 애플 공식 매장이 생긴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애플 노트북이 새로 출시될 때마다 놓치는 일이 없었다. 한 번도. 모든 기종을 다 아우르고도 제품에 딸린 각종 액세서리에 케이스와 파우치에도 눈을 돌렸다. 지난 사실을 기록하는 지금 새삼 놀랍고 겁이 없었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느껴진다... 나는 이렇게 그냥 얼리어댑터들과는 조금 다르게 내 속에서 아트적인 재능이 같이 기승을 부렸다.

온갖 물건에 치이면서도 생각 없이 쇼핑몰을 휘젓고 장바구니를 채웠다. 적당히 채운 장바구니를 보며 앞으로 생길 물건들에 기대를 하면서도 카드 결제를 하고 나면 가슴이 뛰었다. 겉으로 혼잣 말을 뱉은 적은 없지만 간혹 불필요한 소비를 하고 있는 나를 나 자신이  드러내지 않게 걱정하며 불안에 쌓여 심박수가 날뛰고 있던 거였다.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하는데, 사주고 나면 몇 분 안 가서 흥미를 잃을 것과 혹은 금세 망가지는 일이 놀랍지 않다. 내 심리도 딱 그러했기 때문에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했던 거였다. 잘못된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로 묵인하면서 묵묵히 맥시멀리스트의 길을 걸었다. 지금 기쁜 마음으로 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 됐다는 변화를 기록하면서 동시에 고백성사를 하는 기분이다. 바로잡으면 되는 거다. 미니멀+긍정 라이프를 살기로 다짐했는데, 기죽지 말자. 필요 이상으로 참고 누르고 살아온 그동안이 후회되니까. 

미니멀 라이프는 박스 모양의 심플함의 극치인 집과 그 안의 물건들만 말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 것이고 기록을 남길 것이다.

미술대학에서 「-이즘」 수업 중 하나였던 '미니멀리즘' 노트(에버노트가 없었으면 어쩔뻔했는가.)를 다시 뒤적거리고 1960년대 초반 팝 아트와 거의 동시에 등장했던 미니멀리즘의 탄생과 미니멀을 표현한 예술가의 작품 사진들을 훑어보며 근간과 뿌리를 습관처럼 다시 정리했다. 잠시 무용을 전공했던 사춘기 시절에도 현대무용의 대모인 <이사도라 던컨>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으며, 수업 시간에 무용 동작을 하면서도 그녀 생각을 했던 기억이다. <왜 수학 공부를 해야 하나요?>에 대한 끊임없는 나의 의문에 매번 나 자신을 설득하지 못한 채 수포자가 된 이후 내가 하는 행위나 공부의 역사와 근간을 꼭 확인하고 나 자신을 안심시킨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고 그 뿌리를 확인했다. 그리고 미니멀을 이야기하는 책을 계속 접하고 있다.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고 매 순간 내 인생의 <여행 가방> 이 커지지 않기를 나 자신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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