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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Jun 15. 2019

신기한 인생, 인연

20대에 만난 친구같은 동료 캘리는 인형 같은 딸 <나린>의 엄마가 되어 오랜만에 신촌에 간 우리와 우연히 만났다. 2017.8.            

인형만큼 조그만 여자아이가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 자신감에 찬 모델 포스로 내 앞을 지나가는데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가고 있었다. 잘 차려입은 인형이 움직는 거 같아서. 와우! 캘리와 나린이다. 재익과 내가 처음 만난 회사에서 같이 동고동락하며 수년간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친구. 그녀는 나와 연락이 끊긴 몇 년 새 미니미 <나린>을 만들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 워낙 조카 바보였던 캘리의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한 나린이 역시 조카인 줄만 알았다. 사진에서보다 훨씬 더 작고 목소리는 엄청 크고 영어 한국말도 너무나 잘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아웅~> 이런 소리가 절로 계속 나오면서  녹아드는 거 같았다. <어쩜 저렇게 손이 작지?!>


재익과 율과 내가 정말 가끔 가는 신촌 현대백화점의 지하 벤치. 시원한 백화점 내 아이스크림 가게를 마다하고 폭염 속 더운 길을 헤쳐야만 먹을 수 있는 베스킨을  고집하며 짐가방과 아이스크림을 힘들게 들고 오는 재익에게 녹기 시작해 몇 줄기가 물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얼른 받아든 내가 챙 넓은 모자 아래서 게걸스레 먹고 있었다. 이젠 서울에 살지 않는 캘리가 신촌에 놀러왔다가 정신 없이 녹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드루~!!>. 녹아서 떨어지는 아이스크림이 콘을 잡고 있는 손에 떨어지는 게 싫은 나는 민첩하게 먹으면서 <오~ 핫한 패피 모녀가 지나가는구나> 하고 시선이 따라가는 중이었다. 


재익은 캘리에게 <우리 자주 가던 신촌의 캐빈 바에서 본 게 마지막인 거 같은데>라고 말했고 우리 셋은 아주 잠깐 그 10년 전 기억을 되살린다. 와우. 인연인가 보다. 여전히 자신감에 차있고 당당해 보이면서도 엄마로 변신한 캘리의 말투는 뭔지 모를 부드러움과 차분함이 배어있었다. 과거에 비해 패션 센스도 한껏 업그레이드돼 보이고. 하하. 부산과 제주도 중 이사 갈 지역을 고민하는 것은 낭만적으로 보였다. 아이들은 바로 친해져서 대화를 하며 논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 속에 회사 숙소 테라스에서 자주 바비큐를 해 먹고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동료들과 고민을 나누고 취했던  20대의 시간이 울렁이는 걸 느꼈고, 다음 긴 만남을 기약했다. 이젠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즐길 차례. #신기한인생 20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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