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하늘이 Jun 17. 2019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기에 더 소중하다

미니멀 라이프를 대하는 태도



Time waits for no one. There is only today.


이번 주말 장맛비가 온다는 기상 예보에 물놀이가 취소된 채 율의 유치원 여름 성경학교가 끝난 일요일. 집 앞에서 하원 버스를 기다려도 되지만, 서프라이즈 픽업도 할 겸 나와 재익은 율율이 끝나기 두어 시간 전에 일찍 가서 아이가 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롯데월드 놀이기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소음>이 들리는 아이들의 교실 문을 <빼꼼>하고 열자마자 작은 의견 충돌에 서럽게 울고 있는 율과 눈이 마주쳤지만, 곧 기가 찰 정도로 신나게 놀더라. 친구와 장난치다 다쳐도 집에 와서 남 얘기 하 듯 신나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아이답다. 

두 시간쯤 후, 프로그램 마지막 순서로 노래와 율동을 끝낸 율은 우리가 와있는 걸 알고 교실 밖으로 날다람쥐가 스트레칭하며 유유히 날듯 아이들 중 가장 먼저 나왔다. 우리는 30도가 웃도는 더운 기운과 습함의 절정을 가르며 홍대 길을 걸었다. 적당히 어둡고 살짝 영국 펍 느낌이 나는 바에 들어가 마르게리타 피자와 피시 앤 칩스로 점심을 먹었다. 수 십 가지 독일 맥주의 리스트를 보고 많은 종류에 놀라며, 우리는 애써 달달하지 않고 푸룻티 하지 않은걸(그닥 우리 취향이 아닌 바나나 향과 허니 향 등 달달한 맥주가 정말 많았다) 찾아내 난 300ml 한 잔, 재익은 고작 캔 2개꼴이라며 크리스마스 양말 주머니 모양 유리잔에 나오는 1L짜리를 마셨다.

일요일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여서 그랬는지 모든 창문과 입구 문까지 열어놓은 그 바는 귀 고막에 진동이 느껴질 만큼 큰 볼륨의 음악이 무색하게 우리를 포함해 두 테이블을 받고 있었다. 테이블 옆에 서면 딱 
얼굴만 보이는 작은 율은 기분이 좋았는지 바에서 울리는 큰 음악에 맞춰 우리가 그곳을 나올 때까지 서서 신나게 춤을 췄다. 바에서 나오는 피부를 할퀼 기세의 따끔하고 강력한 에어컨 바람과 후덥덥한 바깥은 사진이 잘 나올 만큼의 밝음에 우린 눈을 지그시 뜨고 시원한 맥주와 어마어마한 칼로리일 것이 분명한 페이스츄리 도우에 치즈를 양껏 얹어낸 피자와 생선 튀김과 감자튀김을 먹으며 시원함과 눈부신 가운데 허기를 채웠다.     

맨발의 가수 <이은미>가 광기로 익숙한 몸짓과 얼굴 표정을 수시로 바꿔가며 부르고 있는 <Separate Ways>를 보며 들으며 오늘을 빠르게 기록한다. <슈즈케>도 <쇼미 더 머니>도 <브리티쉬 갓 탈랜트>를 볼 때면 열정을 넘어 간절한 이들의 의지에 목이 멘다.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좋아하는 걸 놓치지 않으려는 그들의 태도가 말이다.

고 <스티브 잡스>는 <과거를 성찰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그의 오랜 친구 브렌트 슐렌더가 잡스를 위해 쓴 책에서 말했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잡스도 과거를 생각하고 반성하기보다 <앞을 바라보고자 했던> 인간이었다며.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한 후 나의 필수품 리스트에서 더 장기집권을 하게 될 아이폰과 맥북을 지구에 남긴 잡스는 그 천재적인 머리와 놀라울 만큼 상황을 읽는 능력으로 분명 <현재에만 집중> 했을 것이다. 장맛비가 언제 쏟아질지 몰라 살살 불안해하며 항상 우산을 들고 다녀야 하는 요즘이지만, 소소한 즐거움에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불쾌지수라는 걸 알아채지도 못했던 이유는 오늘이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을 <오늘에만 집중했기 때문> 일 거다. 2017.7

작가의 이전글 미니멀 라이프를 대하는 태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