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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May 24. 2019

<시간>을 선물 받았다

미니멀 라이프


율과 둘이 여행 중이다. 율의 할아버지이자 남편 재익의 아버지 <닉>의 싱가포르 집이다. 율은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과 놀아주기의 대가이신 닉 할아버지에게 공항에서 만난 순간부터 너무 자연스럽게 딱 달라붙어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1초보다 짧은 느낌과 얼굴 표정으로 내 얼굴만 확인하고 빛의 속도로 나가서 <그람피 닉~~>하고 소리 높여 할아버지를 찾아낸 후 옆에 앉아서 재잘거림을 시작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혼자 외출한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친동생 <쎈>과 그의 파트너와 함께 <오붓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서도 이례적인 나의 스케줄이다. 맥시멀 리스트 시절엔 외출 한 시간이 조금 더 남은 시점은 여행마다 가장 큰 트렁크 여러 개 중 어느 가방에 들어있을지 모를 옷을 머릿속에서 결정하고 미친 듯이 찾으면서 어떤 디자인의 몇 센티 짜리 하이힐을 신을지 고민하며 화장을 고치고 있을 시간이다. 또한  귀걸이 가방에서 가능한 가장 화려한 귀걸이를 고를 것이고, 팔찌는 한쪽에 몇 개씩을 할지 끼워보고 더 끼워보고 하고 있었을 거다.

지금처럼 여유롭게 노을이 지기를 기다리는 하늘이 훤이 보이는 통유리 벽 옆 테이블에 앉아 평화롭게 글을 쓴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심지어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쯤 더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의 선택 탁월했다. 불필요한 물건을 치우고 없애면서 점점 많아지는 공간을 보며 그 아름다움에 만족하고 속이 후련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돈으로 살 수 없고,  은행에 저축해 둘 수도 없는 여유로운 <시간>을 선물 받았다.

▲ 율율을 낳고 모유 수유 중이던 나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로 친구들과 걸즈 나잇 파티에 같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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