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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May 25. 2019

미니멀리스트로 가는 길

미니멀 라이프 | 다른 다짐


가방 하나를 메고 다닌 후쿠오카에서 심플하고 낮은 집들이 모여있는 동네를 보며 36도에 육박한 날씨에서 오는 열기가 아닌 뭔가 다른 뜨끈한 느낌이 나를 에워쌌다. 뭔가 <더> 성장할 수 있거나 <계속> 변할 수 있겠다는 태도의 DNA가 평소보다 더 꿈틀거렸다.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고 변한다>는 말을 믿는 나는 목적이 뭐가 됐든 조금 가까이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비우기를 시작한 후부터 나는 이 세상을 잠시(죽음 전까지만) 여행하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집에 거창한 냉장고도, 멋있는 고가구도 필요 없다고. 그래서 잠시 머물렀다 갈 민박집에서 생활하는 거라고 설정했다. 작년 여름에 이사 온 이 집에는 벽에 어떤 것도 걸지 않았다. 십 대부터 병적으로 아트 사진과 패션지를 스크랩하고 집 전체에 도배했던 내가 말이다. 

내가 비워낸 공간을 느끼는 이 쾌감은  오랫동안 명상하면서 단전에 손을 올리고 가장 평온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나누고, 치우고, 버린. 필요 없는 물건들이 보이지 않는 공간의 자유로운 모습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뭔가 더 좋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에스프레소만큼 진한 커피를 내려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 나는 문득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집이 잠시 머물다 갈 민박집이라고 생각하자는 태도에서 <내일 아침에 이사를 간다면>이란 전제가 더 긴장감 있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말하는 몇몇 책에서는 미니멀리스트로 산다는 건 계속되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물건을 살 때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가> <없으면 안 되는 물건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자문하라고. 처음 탱고나 힙합 등 춤을 배우는 이들 중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며 어깨를 들썩이고 스멀스멀 스텝을 밟는 경우가 있다. 내일이 시험인 학생은 시험을 잘 보고 싶다면 계속 시험에 나올 내용들로 머리를 채우고 중얼중얼 반복하고 외울 것이고. 흥미가 있거나 잘하고 싶은 게 있다면 <계속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나는 미니멀 라이프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각하고 실행을 해볼 작정이다. 효과가 좋은 경우는 기록을 함으로써 공유가 되겠다. 식스팩도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잖아. 2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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