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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May 25. 2019

<존중>씨에 건배!

미니멀 라이프

오지게 싸우고 나서 나와 재익은 서로를 <나의 드류> <나의 재익>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런 세상 오글거리는 호칭은 내 인생에 없던 것이었으나, <할망구 만나러 가야지~>하면 그 사람은 <할아방구>가 되고 <여왕님 만나러 가야지~>하면 그 사람은 <왕>이 되는 긍정과 존중의 단순한 의미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아침에 눈을 쓰면 <모닝~>하고 휙- (특히 양껏 싸운 다음 날) 지나치기 대신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다. 남편 재익과 10년 넘게 살면서 이사를 서너 번 다녀봤는데 이 시기만 되면 엄청난 폭풍이 휘몰아친다. 나도 그도 <돈+기대+걱정> 속에 예민해져서 일까. 이제 생각해보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나조차도 쉽지 않은 <버리기>를 잘 하는 재익과의 충돌인 거 같다. 지난주였다. 내가 좋아하는 책, 머그잔, 텀블러 그리고 올겨울 처음 써보고 푹 빠진 전기장판까지! 아나! 염병할!(*둘 다 표준어 /감탄사/) 내 허락도 없이 내 물건을 버리려는 그의 <행각>에 내 인내심의 뚜껑은 뒤집혔고 사달이 난 거였다. 이 번 집 계약이 한 번 엎어져서 맨붕이 왔다가 바로 운 좋게 마음에 드는 집을 계약한 거였는데 그 공포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의 용암처럼 꿀렁 거렸다. 


무엇이 시발점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서로를 위해 주자는 데 모였다는 거다. 평생 상대의 <이름>만 부르던 내가 제안한 호칭은 서로를 <왕자님> <공주님>으로 부르자는 거였고 평생을 영국식 <베이비>인 <Babe>라고 부르던 재익이 <나의 드류>를 재안 한 거였다. 흠. 나쁘지 않았다.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좋았다. 고마웠다. 음… 삼 일째인 오늘, 흔쾌히 잘 지나고 있으니 잘 될 거라 믿는다. 사랑씨와 평화씨를 위해서 <존중>씨에 건배! 20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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