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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Jun 07. 2019

한국에 더 오래 산 유럽인 그리고 나의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를 대하는 오늘 나의 태도_하늘 기록

오늘은 가장 더운 시간이 조금 지난 후 베트남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그늘진 곳에 앉아 일광욕을 즐겼다. 그래도 30도를 웃도는 더운 날인데 재익은 해와 대화라도 하듯 벤치에 앉아 썬글라스를 낀 채 해바라기마냥 얼굴을 쳐들고 맥주를 마신다. 야외에서 난 항상 <그늘>을 찾고 남편은 해가 가장 잘 들고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있는 눈부시고 뜨거운 자리를 찾는다. 영국에서 보다 한국에서 더 많이 살았으면서 유럽인 티 낸다.  

집 앞 극장. 슈퍼배드 3 가 시작하기 전 양동이만 한 컵에 든 팝콘이 꾀 줄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많이 웃었고 화장실도 가지 않았으며 취하지도 않은 날이다. 예전에 율율이 세상에 없을 때 나와 재익은 와인이나 맥주 캔을 몰래 주머니에 넣어서 극장에서 같이 홀짝홀짝 마시곤 했다. 몰래 마시는 와인이 더 맛난 걸 즐겼지만 극도의 피곤에 절어서 아바타를 봤던날 난 와인 반 잔을 마시고 바로 기절하고 잤으며 그 후론 극장에서 와인 마시기는 하지 않는다. 이후 몇 년 동안 재익은 그 일을 비아냥댔지만 뭐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나는 최근 <곧 이사를 간다>고 설정한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태도를 아침부터 집 정리와 필요 없는 물건 버리기로 시작했고, 그닥 덥지 않은 오후의 그늘에서 부린 여유는 나쁘지 않았다. 가을, 설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야외 벤치에 앉고 싶은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할 뿐이다. 그리고 미니언즈 새 영화 (타투 너무 귀엽다. ㅎ) 덕에 많이 웃었으니 감사한 여름밤이고 율율이 유치원 방학도 끝나는 날이다. #Y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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