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하늘이 May 22. 2019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너는 인생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현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계속 염두 해 두는가. 나 스스로를 평가하는가> 인생 전반을 두고 던지는 질문이라면 다소 복잡할 수 있거나, 거의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와도 연결된 질문일 수 있겠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면 이를 대하는 태도 즉, 나에게 맞는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나의 생각은 변치 않는다. 미니멀 라이프를 원하는 모두가 같은 방향을 추구하는 건 아닐 거다. 존중한다. 나는 그들이 될 수 없고, 그들 또한 내가 아니므로.

미술사를 위한 철학 수업에서 거의 한 학기 이상을 '알레고리(종잡을 수 없는 무의미한 것.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또 오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에 대한 사상가들의 고찰을 염탐할 때다. 60-70년 대 미니멀 작가들은 구성(composition)이 없다. 이를테면, 발자국을 찍듯 똑같은 모양을 우발적으로 나열하는 아무 뜻 없는. 예술적인 의미가 담겨있지 않은, 재료도 공업적인 재료에다 정확히 사전에 계산되어 나열하는 입방체 등. 

이들은 미니멀리즘을 택한 후 구체적으로 무엇을 추구한 것일까. 뭔가 추구하고 싶기는 했을까. 그러나, 관람자 입장에서 본 그 '무의미의 나열'이나 계획 적이지 않은 '공간'과 '여백'은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화려함이나 쓰레기 같은 것들로 꽉 찬 예술을 숱하게 봐선 가. 정신병적인 무의미한 '반복', '나열', '여백'이 마음에 든다. 지겹도록 여백 없는 작품을 접하고, 여백(여유) 없는 인생을 살아와서 나의 뇌에서 '잠시 한숨 돌리고 다시 살아'라고 해서 일시적으로 미니멀리즘에 빠져든 사례인가 의심도 해본다. 

65년도에 등장했던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작가의 시리즈가 반복되는 작품을 심리학적으로 'abc Art'로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으로 보였을 때를 확인하면서, 그 심플함과 반복, 방대한 여백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미니멀리즘에 빠져들기 시작한 시기다. 다시 말해, 이미 학생일 때부터 미니멀리즘의 매력에 빠졌지, 나도 모르게 맥시멀 리스트가 된 채 빡빡한 인생사에 살다 지쳐 마침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살겠다는 게 아님이 확실하다.


미니멀 작가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조형물이라 하기엔 웬만한 건축물보다 큰 작품이 대부분이다)


뉴욕 MoMA 미술관 2층 내부.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를 반대 모양으로 한 건축


60-70년대는 미니멀아트, 대지예술,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포스트 미니멀리즘이 주를 이뤘고 (이 시기쯤 우리나라는 단색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80년대, 팝으로 치면 마이클 젝슨 정도 하고 할 수 있는 제프 쿤스의 출현은 미니멀과 개념미술에 대항하듯 화려했고, 물신적인 감정을 극대화했고, 미친 듯이 수 미터나 되는 캔버스에 페이트를 집어던졌으며 오브제의 극대화된 표현을 하면서 스타작가가 되었다. 기존의 관념을 뒤엎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 특징인 80년대 미술은 히어로 영화마다 등장하는 악당 같은 느낌이다. 주인공(미니멀) 과는 다른 의미로 서로 비교하며 서로를 빛낸다. -이즘에서는 선과 악이 없다는 게 다른 거지만. 

60년대 예술사에서 미니멀리즘은 '시각을 내려놔야, 평가절하해야 해'를 강조하며 등장했으며, 예술뿐 아니라 일상과 삶까지 중요하다고 여겼다. 시공간의 맥락이 작품 안에 나타나야 하는 게 (미니멀리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57년이 지난 현재 마침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다. <버리기> 운동에 참여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나 자신이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질문을 먼저 하자. 그리고 현실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비단, 미니멀 라이프만이 아닌 인생을 되짚어 볼 때 질문으로 써도 좋겠다)


내가 희망하는 이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히 필요 없는 물건과 인맥을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걸 찾는 과정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신문 휙, 손가락 하트 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