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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May 23. 2019

<수작>의 수준

율율



(어제저녁) 집에 도착하니, 한글 수업을 마친 율율이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이 된 베이비 시터 수빈이 누나랑 놀다가 <엄마~ 서프라이즈가 있어?> 하고 묻는다.

<어.. 아니, 엄마가 집에 오면서 피자 주문했어.> 하니까 <아니~ 서프라이즈가 있잖아~ 엄마가 서프라이즈잖아~>고 말한다. 하아... 나의 태양 율율.


오늘 아침엔, 평소 아빠가 데려다 주지만 유치원 버스를 타는 곳까지 내가 같이 가주기로 했다. 세상없이 푹 자면서도 나와 남편 재익 사이를 헤치며 <꿈틀꿈틀> <스멀스멀> 들어와 자는 율율을 계속 깨웠다. 아침 설거지를 하면서도 <이뜬 율리 일어나아~~~~> 외치고. 고사이 화장실을 다녀온 아이는 자고 있는 아빠 등을 향해 돌진해서 매미같이 붙어서 샌드위치를 만든다. 아아. 마음이 약해진다. 하지만, 유치원 버스를 놓치면 홍대까지 한참 걷거나 마을버스를 타고 두 정거장을 가야 한다. 여유 부리며 나왔다간 족히 한 시간은 더 걸리는 참사가 일어난다. 오늘은 특히 교회 병설 유치원에 다니는 율율이 태어나 부활절 행사와 예배를 처음 경험하는 날이다. 


아빠 등에 바짝 붙어있는 율을 계속 깨우는데, 게슴츠레 떴지만 인형 같은 눈으로, 

<엄마 진짜 서프라이즈가 없어?>

<응? 없어~>

<아 있잖아~ 엄마의 예쁜 얼굴~>

이라고 하는 거다. 오... 감동 받는 동시에  율율의 <수작>이 하루가 다르게 수준이 높아져 가는 게 기분 희안타. 20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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