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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늘이 Jun 19. 2019

내 인생을 쓴다

기적 같은 내 라이프 | 비가 와도 분노가 치밀어도 쓴다

율율이 등원 길과 나의 등굣길

나는 쓰고 읽는다. 비가 와도. 기뻐도. 분노가 치밀어도. 언제부턴가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오해했던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기도 한다. 인생의 반을 살았을지, 3분의 1을 살았을지는 모르겠으나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부터는 내 인생의 한 페이지, 한 챕터를 기록하기 위해 <쓴다> 소중한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서다. 10대부터 해 온 그림, 조각 등 <예술>은 내 인생 책의 한 챕터로 남을 것이며, 내 글의 감성에 통통한 살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초중고등학교 때 미술 학원과 미대에서 열심히 작업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정말 <재미>는 있었으나 이상하게 <공허함>이 있었다. 가령 <내가 뭘 하고 있지? 뭔가 더 해야 하는데!> 같은 거 말이다. 아쉬웠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이유 없이 거리를 두고 싶었던 <선생님 그림자>를 꾹꾹 밟으며 교수님을 쫓아다녔다. 그들이 유학시절부터 소장해온 전 세계에서 온 귀한 책들을 보기 위해서였다. 결혼을 하고 율이 세상에 태어난 후 나는 다시 학교에 들어가 <주 5일 학생>으로 살며 육아를 했다. 철학, 인문학, 미술사, 기호학, 해석학, 예술사 등을 배우고 글을 쓰는 이론학과에서 공허함을 채웠다. 율율이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고 아침부터 저녁을 먹기 전까지 학부 강의실부터 박사 수업까지 좋아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듣기 위해서라면 고3 시간표를 그리며 <원 풀기>를 했다. 


공허함이 약간씩 채워지면서는 스스로를 채우는 방법으로 육아를 하면서 할 수 있는 독서와 영상 강의 듣기 위주로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15년 차 경제지 기자며 완벽주의자이자 고마운 존재인 친구 <니나>는 좋은 강연이 있으면 클래식 공연부터 경제, 예술 관련 등 자주 초대를 해준다.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육아를 하면서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모든 일정이 아이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족이 가깝게 살아서 급한 부탁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갑자기 루틴을 바꾸기란 정말 어렵다. 마음도 편치 않고. 그래서 유튜브에서 하는 수많은 좋은 강연들이 너무 고맙다. 걸어 다니면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그리고 내가 원하는 <채움>의 끝에는 <고전>과 <문학>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사를 만든 천재들과의 만남. 아직 갈길이 멀지만 내 마음과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점점 더 잘 표현하여 쓸 수 있다는 거. 기적 같은 내 라이프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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