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넘쳐나는 SNS 플랫폼 사이에서 고민
브런치 작가로 선정이 되고 기쁨 잠시. 몇 년이 넘어가도록 매일 쓰기 노트의 플랫폼이 나도 모르게 짧게 찌끄려도(?) 괜찮은 혹은 더 자연스러운 #인스타 에 정착한 현상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글이 길어지는 날은 맥북 노트에 기록을 한다. 수년 전 드라마 작가 수업을 처음 받았을 때 매정하게 <글>과 <말>의 명확성을 가르치고 훈계해 주신 선생님은 "매일 써야 작가지! 쓰고 싶을 때 쓰는 건 작가 아냐! 죽을 때까지 한 개 쓰고 작가라고 할 거야!"라며 정말 크게 역정을 내셨다. 단지 흥미로 드라마 쓰기를 배우러 간 방송국에서 <그토록> 매의 눈과 귀와 입을 가진 분을 만나서 정말 드라마에 나오는 듯한 뾰족하고 표독하고 하고 싶은 말 아니 그 이상 선을 무자비하게 넘어서 자존감을 눌러셔 비틀어 짠 다음 허공에 백 번쯤 돌리고 던진 후에 저만치에서 저주를 퍼부어서 좀비가 심장을 찔려 가루로 변해서 급기야 이 지구 상에 먼지 하나 남지 않게 되는 그런 기분을 맞이했다.
다시, 독서 기록을 하는 플랫폼 이야기. 미니멀한 브런치의 글쓰기 프로그램과 예쁘고 깔끔한 폰트도 한 몫하여 감각 있는 사진까지 첨부하면 정말 멋진 <그림일기> 혹은 <감각적인 에세이> 단편이 탄생한다. 두꺼운 나만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조용히 채워가는 이도 맛이고, 그날 독서 기록을 '휙' 올린 다음 그날 올라온 전 세계 아름다운 아티스트의 예술 사진과 지인, 패셔니스타, 작가, 연예인까지 그들의 일상을 휙휙, 휙! 훑어보는 사진이 주(主)인 인스타 또한 눈이 즐거워져 이도 맛이다.
그래서 어쩔 건지. 매일 읽고 쓰는 행위는 계속되나 지금 사는 21세기에 넘쳐나는 SNS 플랫폼 사이에서 의미 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몇 년 가지 않아 더 좋고 <힙>한 플랫폼이 계속 나올 텐데. 당장 눈 앞에 보이는 것만으로 다리를 후들거리고 눈을 굴리며 고민을 자초하는가. 조금 전 오늘 글에 어울리는 free image를 찾아 올리고 사진 속 메시지에 소름이 약간 돋는다. 그렇다. "Stories matter!" 이야기를 하는 <글>을 쓰는 것이 중허지 플랫폼이 중헌가 말이다. 한동안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잠시 죄책감이 들 뻔했으나,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정리되었다. 이는 자책할 일이 아닌 "Stories matter" <쓰는> 행위를 계속하는 나의 <습관>을 오히려 칭찬한다. 매일 혹은 매주 써 온 좋은 글감을 백팩에 담을지 토트백에 담을지 정도의 고민이라고 하면 비슷한 맥락이려나.
오랜만에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맥북에 블루투스 애플 키보드까지 연결하여 허리는 쫙 피고 어깨에 힘 빼고 타 다다다닥 경쾌하게 타자를 치며 두 개 플랫폼 사이에서 드라마 속 삼각관계 주인공이 된 기분으로 다음ㅡ미래 플랫폼ㅡ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어제에 이어 한여름 장맛비 소리가 글쓰기의 자극제가 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