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와 수수께끼

#당랑거철(螳螂拒轍)처럼

by 닥터파브르

2018년, 첫 창업의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던 시절, 나는 판교의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때 나에게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네주고, 한 권의 책을 선물해 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지선 센터장님. 그리고 그분이 건네주신 책, 랜디 코미사의 '승려와 수수께끼'는 지금도 내 책장 한편에서 묵묵히 나를 붙잡아주는 벗이 되어 있다.

이지선 센터장님이 건네준 삶의 수수께끼 (『꽃잠』은 제가 처음 시작한 창업 회사였습니다. 꽃잠에서 닥터파브르로 이어지는 창업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이 책은 저자와 젊은 창업가의 대화를 소설처럼 흥미롭게 구성한 책으로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영감을 준 책이다. 나는 그 책에서 '의지보다는 열정을 따라가라'는 문장을 오래도록 마음에 품었다. 의지는 때로 무거운 짐처럼 어깨를 짓누르지만, 열정은 거스를 수 없는 힘으로 나를 앞으로 이끈다. 삶은 의무의 행렬이 아니라, 불꽃처럼 피어오르는 열정이 그려내는 궤적일 것이다.


저자 코미사는 또 이렇게 말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을 다 끝내고,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인생 설계는 위험하다고. 순간을 미루는 사이, 인생의 황금빛 기회들은 바람처럼 흘러가 버린다. 삶은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시작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기도하는 곤충, 왕사마귀 키우기

이 책이 창업과 삶을 둘러싼 인생의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면, 곤충 역시도 우리들에게 새로운 생각과 도전을 하게 만드는 수수께끼를 선사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풀어나가고 있는 셈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알았던 곤충에 대한 지혜와 지식은 오늘날 많은 부분 단절되었고 잊혀졌다. 그러나 곤충에 삶을 투사해 온 선조들의 지혜는 다시 한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도 사마귀는 오랫동안 인간사에 중요한 물음을 던졌던 곤충 중 하나였다. 합장하듯 두 앞발을 모은 자세는 마치 고요한 승려와도 같고,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날렵한 공격은 소림사의 무협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에서 사마귀를 ‘기도하는 벌레’라 부른 것도, 어쩌면 이 기묘한 기품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기억 속에 또렷한 장면이 있다. 조카가 주워온 사마귀 알에서 수백 마리의 작은 사마귀들이 한꺼번에 부화해, 집 천장을 가득 메웠던 순간. 불완전변태의 그 혼란스러운 장면 속에서도 나는 신비와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때 알았다. 사마귀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수행자의 고요와 전사의 기개를 동시에 품은 존재라는 것을.


고대 중국에는 '螳螂拒轍(당랑거철)'이라는 고사가 전해진다. 수레바퀴 앞에 선 사마귀가 두 앞발을 들어 막아서는 모습. 오늘날엔 흔히 ‘제 분수를 모르는 무모함’의 상징으로 쓰이지만, 본디 그 속엔 압도적 힘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용맹과 기개가 담겨 있었다. 무협의 세계에서 주인공의 성장을 알리는 상징처럼 말이다. 창업도 그렇다. 닥터파브르라는 이름으로 이어가는 나의 길이 당랑거철의 무모한 몸짓일지, 아니면 진정한 용기의 발걸음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끝을 보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고 걸어야 한다는 것을. 사업은 변화 속에서 창의력을 펼쳐내는 거대한 캔버스이기 때문이다.


승려와 수수께끼 그리고 사마귀. 서로 다른 길 위의 존재들이 내 안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고요와 집중, 열정과 절제, 그리고 무모할 만큼의 용기. 나는 오늘도 그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내 인생의 길을 새겨나간다. 그리고 문득, 오래전 미소와 함께 '승려와 수수께끼' 책을 건네주셨던 이지선 센터장님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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