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울음, 생명의 여름
매미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도 요란하게 울어대던 매미들이 여름 내내 세상을 가득 메웠다. 그 울음소리 속에서, 매미의 짧고 강렬한 생애가 떠오른다. 매미의 삶은 긴 기다림과 짧은 절정으로 이루어진다. 알에서 깨어난 매미는 땅속으로 들어가 나무뿌리를 빨아먹으며 몇 해를 보낸다. 그 어둡고 긴 시간을 견디고서야 땅 위로 올라와 허물을 벗고, 투명한 날개를 얻는다. 하지만 성충으로서의 삶은 고작 한 달 남짓. 긴 기다림 끝에 세상에 울음을 퍼뜨리고, 짝을 찾고 생을 마감한다.
그래서 그들의 울음은 더욱 절박하고도 아름답다. 매미의 소리는 저마다 다르다. 애매미는 리듬을 타듯 “츠츠츠츠 와르” 하고 울고, 말매미는 “최———” 하며 숲과 마을을 뒤흔든다. 참매미의 “맴맴맴” 소리는 여름의 대표적 배경음이 된다. 각기 다른 울음이 모여 하나의 계절을 만들고, 그 소리가 사라질 때 비로소 여름의 빈자리를 실감하게 된다.
‘매미(蟬)’는 옛사람들에게 청렴과 고결함의 상징이었다. 허물을 벗는 모습은 변화와 새로움을 뜻했고, 덧없음과 순수를 함께 품고 있었다. 결국 매미는 우리에게 삶의 유한함을 일깨우는 존재다. 긴 기다림 끝에 터뜨린 짧은 울음처럼, 우리의 인생 또한 유한한 순간 속에서 빛을 내고 사라진다.
그 여름의 끝자락, 나는 새로운 생명을 맞이했다. 집 근처 정브르 매장에서 크레스티드 게코 한 마리를 입양했다. 심심할 때면 아들과 함께 손을 잡고 그곳을 찾곤 했다. 새로운 종이 들어왔는지 구경하는 시간이 우리 부자의 작은 취미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매장을 거닐다가, 한 케이지 안에서 느릿하게 몸을 움직이는 작은 생명체와 눈이 마주쳤다. 가느다란 다리, 유리알 같은 눈, 벽을 타고 오르는 부드러운 발. 그 작은 생명은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은 유리 너머의 게코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빠, 얘가 우리 둘째야.”
외동이라 그런지, 그 말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날 우리는 게코를 데려왔다. 그해 여름, 우리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새끼손가락만 한 게코는 생각보다 돌봄이 섬세했다. 밥을 먹이고, 습도를 맞춰주고, 밤마다 램프를 켜는 일상이 시작됐다. 처음엔 작은 일이라 여겼지만, 이내 그것이 얼마나 큰 책임인지를 깨달았다. 한 생명을 기른다는 건, 사랑을 나누는 일과 같았다. 게코의 손가락을 바라보다가 문득, 아들이 태어났을 때가 떠올랐다. 작은 주먹을 쥐고 내 손가락을 꼭 잡던 그 순간. 게코의 가느다란 손끝에서 그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졌지만, 한 생명을 품고 지켜보는 마음만은 여전했다.
이제 우리 집에는 둘째가 생겼다. 매미가 여름의 끝에서 다음 생을 남기듯, 우리의 계절도 그렇게 이어지고 있었다. 매미의 소리가 멀어지고, 낙엽이 들길을 덮을 무렵, 거실 한편에서 게코가 조용히 눈을 깜박인다. 사라진 매미 소리 대신, 이제는 게코의 고요한 숨소리가 우리 집의 시간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