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병선 Jun 17. 2016

멋 부리는 대표 vs 돈 벌어본 대표

스타트업 대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는가?

필자는 엔젤투자자로 많은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통계학적으로 만들어지는 기준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스타트업 대표가 "돈을 벌어본 경험" 있는가이다. 최근 두 명의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면서 드는 이 기준은 더욱 강화된 느낌이다. 두 사람은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시기인 몇 년 전에 스타트업을 시작했다. 몇 년간 비슷하게 몇 번의 아이템을 두 사람 모두 실패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아직도 다른 아이템에 도전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기업 가치 1000억원 이상을 꿈꾸는 대표로 성장하고 있었다. 어떤 역량이나 경험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한 명은 몇 년전 첫 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아마도 내가 그에게 약간 거만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좋은 커리어를 가졌고, 인상도 좋고 집안 때문인지 네트워크도 좋았다. 사업 초기에 마케팅 이벤트에 유명인도 참여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을 가졌으며 초기 고객에게 매출도 내고 있었다. 하지만 사업을 멋으로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즉 나는 스타트업 대표이고 이렇게 멋진 비즈니스 모델을 하고 있는데 왜 투자 하지 않느냐는 태도였다. 


대화를 해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정말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걸까?", "혹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업을 하는 건 아닐까?". 사업 아이템은 그 당시 유행하는 트렌드의 서비스로, 멋을 부리는 느낌이었고 투자 받을만한 시장 규모를 만들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결국 그 아이템은 접었고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오랜만에 다른 스타트업 심사장에서 만났다. 이번에도 나는 그의 "진정성"에서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여전히 "고객을 이해하려는 열정"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시장에서 수박 겉핡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한 명은 예전에도 첫 인상이 좋았다. 경험이 적은대도 불구하고 외주 사업을 하고 있었고, 고객을 만족시켜본 경험이 있는 친구였다. 그런데 안정적인 회사를 별도로 도전적인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거였다. 현재 회사도 외주 사업이기때문에 먹고 사는게 어렵지 않는 대표였다. 왜 사업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현재는 고객을 위한 외주 사업을 하고 있고 칭찬도 받았지만, 이것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내가 기획한 아이템으로 사업 규모를 성장시켜 보고 싶다"라는 답변이었다. 성장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였다. 물론 첫 아이템은 내가 보기에는 별로 였고, 그 아이템에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몇 번의 도전과 실패 끝에 작년에 시작한 아이템이 성장한다는 소식을 우연찮게 들었다. 작년에도 연락이 한번 왔었는데 내가 바빠서 챙기지를 못하다가 우연이 생각이 나서 만나보니 멋지게 성장하고 있었다. 작년에 시작한 아이템으로 매출이 성장하고 있고, 시장 규모는 명확한 사업분야에서 새로운 서비스 모델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서비스 아이디어는 최근 많이 듣고 있었는데 이미 실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3년내에 매출 3000억을 꿈꾸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때보다 성장했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멋을 부리지도 않았고 무엇이 어려운지를 얘기할 줄 알았다. 한마디로 "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비즈니스에 정답은 없다. 그리고 나도 첫 인상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초기 엔젤 투자는 결국 그 "느낌"으로 사람에 대한 판단일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빅뱅엔젤스 황병선 2016. 6. 17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 지원은 R&D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