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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oo Jun 06. 2024

Q 의사선생님이 말이 애매해요

ADHD약물치료에서 의사와 환자의 역할

Q 의사선생님이 말이 애매해요


Q 자녀가 9살인 남자아이인데 정리를 어려워하고 숙제나 준비물을 깜빡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어린 시절 그랬기에 크게 신경 안 썼는데, 학교에서 집중을 잘 못한다는 선생님 의견에 혹시 ADHD는 아닌지 걱정이 되더군요. 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와 상담을 했는데요. 의사 선생님이 ADHD일수도 있다면서 약물치료를 권해서 치료를 시작한지 반년 됐어요. 

그런데 아이가 ADHD약을 먹으면 식욕이 없어서 밥을 잘 안 먹으려 해요. 원래 입이 짧아서 또래보다 마르고 작은데 약까지 먹으니 더 축 처진 것 같아 안쓰럽습니다. 그래서 약을 안 먹여봤더니, 보기에는 활발하게 보이고 자신감이 올라간 거 같아요. 이런 걸 보면, 약을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의사선생님한테 이에 대해 상담해도 뚜렷하게 어떻게 하자고 결정을 내려주지 않아요. 얼마전에 다른 병원으로 옮겨봤는데, 그 병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네요. 


Kwoo: 무슨 약이든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약물치료를 하면서 생기는 득과 실을 잘 비교해서 득이 더 크다고 생각이 된다면 약물치료를 진행해야 하고, 실이 더 클 때는 다른 방안을 찾아봐야 합니다. 비교적 다른 분야의 질병에서는 ‘득’과 ‘실’을 비교하는 것이 쉬운데, 정신건강의학과에서 ADHD약물 치료에서는 득’과 ‘실’을 비교하는 것이, 상황에 따라서 자로 잰 듯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ADHD약의 흔한 부작용 중에는 식욕 부진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이 끝난 성인ADHD인이라면, 큰 고민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평균보다 왜소한 남자아이가 약을 먹었을 때, 식욕이 더 없어진다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아이의 성장 발달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장(키)’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있어서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남성의 키가 연봉과 사회적 지위 그리고 이성에게 작용하는 매력 등에 영향을 끼친다는 건 여러 연구에서 보여줍니다. 약물치료를 함으로써 얻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키 성장 문제는 성인이 되었을 때 여러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의 ADHD증상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 아이가 약물치료를 하면서 얼마나 개선되는지 등 이에 대해서 부모님께 전부 전해듣기엔 진료시간이 짧습니다. 이처럼 아이가 약물치료를 하면서 얻게 되는 것과 잃게 되는 것을 비교하는 데에 있어서, 의사선생님이 판단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는 최종적인 판단은 부모가 내려야 합니다. 

의사의 역할은 ADHD진단 및 치료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경험을 근거로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고, 약물치료 유무를 판단하며 치료 방향을 제시합니다. 동시에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 알려주며, 아이의 변화에 따라 치료계획을 조절하지요. 그렇지만 아이의 일상생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의사가 아니라 부모입니다. 따라서 아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아이와 소통하는 등 부모의 역할은 ADHD치료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는 카운셀러도 아니고 멘토도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가 미리 궁금한 점들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조언을 구한다면, 친절하게 답변해드릴 겁니다. 

아이가 9살이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이기 때문에, 아이의 의견이 어떤 지 물어보세요. 아이가 약물 치료로 인해서 무엇이 좋은 지, 불편한 점은 무엇인지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녀가 아직 어리게 보이면서 어른으로서 방향을 제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아이의 의견보다 부모가 스스로의 의견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이런 방식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자녀의 행복과 가치관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시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아이의 뜻을 존중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 아이의 키가 작은 게 걱정이라면, 성장판 검사를 받아서 결과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보세요.

☞ 의사 선생님과 약물 치료 외에 비약물치료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약물치료는 중요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네이버 카페, 카카오톡 오픈채팅, 지역 커뮤니티 등 ADHD자녀를 키우는 부모 커뮤니티를 찾아보세요.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부모들이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서로의 어려움과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힘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꼭지는 자녀가 없는 성인ADHD인들도 많이 하는 고민입니다. 의사에게 나의 치료 방향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모습이나 의사의 조언보다 내가 생각하는 치료방향만 고집하는 모습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양극단 중에 어느 한쪽으로 쏠리기 쉬운 게 ‘ADHD인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는 걸 항상 기억해주세요. 양극단 사이의 어느 지점인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유연한 자세로 의사 선생님과 함께 협력하여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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