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모낭충은 어디서 왔을까?
당신 모공 안의 귀여운 기생충, 모낭충 한 마리 몰고 가세요.
안녕하세요. 현무열피부과 원장 현무열 입니다.
오늘 주제는 모낭 안의 귀여운 악동 모낭충입니다.
모낭충은 절지동물 문, 거미 강, 진드기 목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다리가 거미처럼 4쌍, 8개 이고 앞쪽에 몰려 있습니다.
모낭에 기생하기 때문에 모낭충이라고 이름 지어졌고, 여드름 같은 병변을 유발해서 여드름진드기라고도 불립니다.
총 65가지 정도 종류가 있는데, 사람에게서는 총 2종류 Demodex folliculorum과 Demodex brevis 만이 기생합니다.
Demodex folliculorum은 1842년에 Demodex brevis는 1963년에 발견되었습니다.
Demodex folliculorum은 성체의 길이가 0.3–0.4 mm 정도 크기이고 모낭에 기생하고
Demodex brevis는 성체 길이가 0.1-0.2 mm 크기로 folliculorum 보다 짧고 피지샘에 기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모낭충의 일생은 알에서 부화하여 9.5일 후 성체가 되며, 성체가 돼서는 5일 정도 살게 되므로 총 14-15일 정도의 수명을 갖습니다.
성체가 되면 남녀 모낭충들은 짝짓기를 통해 알을 만들게 되고 그렇게 번식이 시작됩니다.
배 아래쪽에 생식기만 가지고 있지 배설구는 없는 것이 특징인데, 이 때문에 짧은 생을 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똥은 싸지 않는 뜻이죠.)
또한 3마디로 된 짧은 다리 4쌍이 앞쪽에 몰려 있기 때문에, 한 시간당 8-16cm 정도밖에 이동이 안됩니다.
그럼 모낭충이 이동하는 모습을 잠깐 보시겠습니다.
이렇게 모낭과 모낭 사이를 자유롭게 옮겨 다니면서 개체수를 늘릴 수 있기에 광범위한 감염이 가능하답니다.
아, 이렇게 기어 다니는데 내가 모를 것 같냐고요?
모낭충은 잘 때 움직이기도 하고, 움직이더라도 사람이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낭 안의 모낭충들입니다.
Demodex folliculorum은 모낭의 모낭표피세포를 먹고, Demodex brevis는 피지샘의 피지샘표피세포를 영양분으로 합니다. 이렇게 꼬리를 모낭 바깥쪽으로 두고 말이죠.
얼굴에는 수많은 모낭이 있기 때문에, 성충이 된 모낭충들에겐 평생 먹을 것이 무료 제공되는 아파트가 널리고 널린 셈입니다. 먹고 짝짓기하고 알 낳고 그렇게 15일 만에 후세를 남기고 떠나는 거죠.
이렇게 모낭충들이 증식하게 되면 발생하는 임상적인 증상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피부 병터에 따라 몇 가지 임상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주사형 (rosacea type)은 코 및 코 주위에 홍반구진, 침윤홍반 또는 고름물집을 보입니다.
둘째, 여드름형 (acne type)은 얼굴에 염증반응이 심한 홍반구진 또는 고름물집을 보입니다.
셋째, 입술주위형 (perioral type)은 입술 주위에 작은 홍반구진을 보이며 주로 여성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넷째, 모낭잔비늘증(pityriasis folliculorum)은 가려움증이나 작열감과 힘께 피부의 건조, 발적 및 모공 주위의 비늘을 특징으로 하며, 비누 세안을 기피하는 사람에게서 잘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눈 주변에 눈주위염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진단은 임상양상과 함께 병변에서 압출이나 테이핑을 통해 채취한 검체에서 모낭충이 다수 발견되면 확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미경에서 다수의 모낭충이 관찰됩니다.
정상 성인에서는 피부 표면 1 cm2 당 1마리 미만이 검출되나 환자군에서는 1cm2 당 10마리 이상이 검출됩니다.
치료는 경구 metronidazole 또는 린단로션이나 크림, 10% 크로타미톤 연고, 0.75% 메트로니다졸 겔 등이 사용되며, 2-3주 안에 뚜렷한 호전을 보입니다.
모낭충은 기름진 피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피지샘이 발달하지 않은 소아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피지 분비가 가장 많은 2-30대에서 많이 발견되죠.
모낭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하세요
1. 비누로 세안을 하루 2회 이상 한다.
2. 오일 클렌저 사용과 너무 기름진 메이크업을 피한다.
3. 주 1회 정도 필링을 한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 모낭충이 번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