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약 먹으면서 임신해도 될까요?"
임신은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임신은 단어처럼 신의 영역이라, 일개 의사로서는 감히 예측할 수가 없다.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도 임신을 한 상태면 손 쓰기 어렵다.
완벽하게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약이 아니면 태아에 영향을 어떤 식으로 줄지 알 수가 없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한 질환도 임산부면 대학병원으로 가시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탈모약은 임신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임신능력의 저하가 있는지를 살펴보면, 피나스테라이드 복용 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정자 수, 정자의 운동성, 정자의 형태에서 큰 변화가 관찰되지 않았다.
두타스테라이드 군에서는 정자의 수, 정자의 운동성이 2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형태적인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따라서, 임신을 준비 중인 젊은 남성의 경우 두타스테라이드보다는 피나스테라이드를 복용하는 것이 낫다.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정액을 통해 배우자에게 전달되는 5 알파 전환효소 억제제의 용량은 무시할 정도로 작기 때문에 태아에 줄 영향을 염려해서 약 복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FDA 태아분류위험도 X인 약이고, 임산부가 약을 먹거나 가루를 만지기만 해도 이론적으로 남성 태아에서 여성화가 진행될 수 있어 가임기 여성의 경우 노출을 피해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탈모약들은 코팅이 되어있지만 피나스테라이드 5mg을 쪼개 먹는 경우라면 노출이 안되도록 조심해야 한다.
여기까지는 이론적인 영역이고, 결국 선택은 환자의 몫이다.
이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많고, 소중한 아이를 위해 잠시 머리카락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언제까지 중단해야 할까요?"
이것 역시 정답은 없다. 피나스테라이드의 경우 반감기가 6-8시간이기 때문에 한 달이면 충분히 배출되는 기간이라 한 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정 불안하면 6개월까지 복용을 중단했다가 시도하는 사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