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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열 Sep 13. 2021

모기 물리면 붓는 우리아이 스키터 증후군일까?

위이잉~

"어! 모기가 차에서 나간다."

아내가 해맑게 웃으면서 말한다.

싸늘하다. 허벅지가 가려워지기 시작한다. 여지없이 빨갛게 부어올랐다.


"올해 모기는 너무 가려운 거 같아."

피부과 의사인 나는 모기 물린 부위에 우아하게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 대신 십자가 테크닉으로 빠르게 가려움을 가라앉힌다.


모기 물린 아이들은 여름과 가을에 가장 많이 온다.

여름철에는 캠핑이나 물놀이 가서 물리고, 가을에는 장마 이후 왕성한 번식을 통해 육성된 모기 군단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안으로 들어와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을 문다.


엄청나게 크게 붓고 심하게 가렵고 열감이 있는 경우, 그리고 아이가 그치지 않고 우는 경우 병원에 내원한다.

그리고 그런 경우 가끔 보호자들이 질문한다.

"우리 아이 스키터 증후군인가요?"


좌측: 일반적인 모기 알러지, 우측: 스키터 증후군 병변

모기의 침에 있는 단백질은 알러지 반응을 유발한다.

그래서 모기에 물리면 몹시 가렵고 붓고 왼쪽의 사진처럼 두드러기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스키터 증후군은 알러지 반응이 너무 과도하게 나타나서 생기는 현상으로, 물린 부위의 조직 전반적으로 심하게 부으면서 열감과 홍반이 동반된다. 그 양상이 마치 세균 감염 때와 매우 유사하다. 물린 부위에 물집이 발생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세균 감염은 아니기에 혈액에서 세균 배양을 해도 나오지 않고, 혈청검사에서 모기 침 단백질에 대한 IgE 항체와 IgG 항체가 일반 알러지에 비해 더 많이 증가해있는 특징을 보인다.


가장 결정적으로 세균 감염과 스키터 증후군을 감별할 수 있는 차이점은

스키터 증후군은 모기에 물린 지 수시간 내에 병변이 발생하는데 비해,
세균 감염은 모기에 물린 병변을 긁어서 생기기 때문에 수일 후 발생한다.

결국 세균 배양이나 모기 침 단백질에 대한 항체 검사 없이도 병변이 언제 발생했는지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스키터의 증후군의 경우 일반 알러지 반응처럼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로 알러지 반응을 낮춘다.

세균 감염의 경우 항생제를 사용하면서 알러지 반응이 동반된 경우 이를 함께 치료해야 한다.

스키터 증후군의 진단적 의의는 세균 감염과 감별하여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막고자 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보호자들은 아기가 언제 이런 반응이 나타났는지 알고 있을까.

몇 시간 내인지 며칠 내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보호자는 거의 없다.

모기에 물린지도 몰랐는데 몇 시간인지 며칠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럼 진료를 보는 의사도 알 수 있을까?

두 질환은 임상양상이 너무도 비슷해서 눈으로 보고 구분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 둘을 감별하기 위해 굳이 배양검사와 혈청검사를 해야 할까?

그리고 스키터 증후군과 세균 감염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을까?


결국, 스키터 증후군은 세균 감염과 감별하기 위해 탄생한 진단명이지만 임상적으로는 가치가 없다.

환자와 보호자 의사 모두를 위해 항생제와 알러지 치료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그래서 스키터 증후군인지 궁금해하는 보호자분들에게 드리는 내 대답은

"스키터 증후군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심한 반응은 점차 줄어들게 될 거니까 잘 치료해서 흉터를 남기지 않도록 합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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