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 전에 처방해드렸던 건 남아있으세요?"
"원장님. 연고가 전혀 효과가 없는 거 같아요. 연고만 발라봤는데 전혀 좋아지지를 않아요."
간혹 먹는 약을 다 먹고 연고만 남은 상황에서 병원 오기는 귀찮고 연고만 발랐다가 효과가 없어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분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다.
왜 연고가 효과가 없을까? 효과가 없는 연고를 의사는 왜 처방한 걸까? 약국에서 그냥 사는 연고도 아니고 의사한테 처방받은 연곤데 효과가 없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분들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연고는 문제가 없다. 처방한 의사도 문제가 없다. 발라본 환자도 문제가 없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는 연고를 바르는 방식과 바르는 병변에 있다.
대부분 연고를 일반적인 크림 바르듯이 병변에 슥슥 문질러서 바른다. 꼼꼼한 사람들은 충분히 문질러서 연고가 흡수되어 사라지도록 바른다. 그렇게 바르더라도 연고는 어느 정도 흡수는 된다.
어느 정도 흡수된 정도로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발라서 효과를 본 경우에는 연고가 효과가 없다는 생각은 안 한다. 문제는 그렇게 발랐는데 효과가 없을 때가 문제다.
연고를 비닐장갑을 낀 채로 발라본 적이 있는가. 장갑을 끼고 바르면 생각보다 연고가 흡수가 많이 안되고 장갑에 많이 묻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까지 잘 흡수가 됐다고 느꼈던 것은 병변부에 흡수된 것이 아니라 병변부에 도포하던 손과 병변 주변 피부들이 나눠 가졌던 것이다.
그래서 연고만으로 충분히 효과를 보고 싶다면 장갑을 낀 상태로 충분히 문질러서 병변부에만 집중적으로 흡수를 시켜주거나 연고를 듬뿍 바른 상태에서 밴드나 랩으로 감싸 놔서 지속적으로 연고가 흡수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물론 너무 많은 연고가 흡수되는 상태가 지속되면 병변부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호전되면 중단하는 것이 좋다.
병변부의 문제는 무엇이 있을까? 병변이 너무 심해서 연고만으로 호전되기 어려운 상태이거나 알러지 반응과 세균 감염, 진균 감염 등 복합적인 상태이거나 병변부가 너무 두꺼워진 상태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해서 연고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또한 병변부가 손바닥이나 발바닥처럼 각질층이 너무 두꺼운 경우 연고가 약하거나 흡수가 충분히 안될 수도 있다.
병변부의 문제는 환자 혼자서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병원에 내원하여 의사와 상의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럼 의사는 왜 이런 설명을 안 해줄까? 의사들은 치료효과에 도달하는 여러 과정을 고려하지만 환자가 약을 잘 안 먹거나 연고를 잘 안 바르는 상황도 함께 고려를 한다. 실제로 먹는 약과 연고를 처방했는데 귀찮아서 먹는 약만 먹는 환자들도 많다. 그래서 의사들에게는 먹는 약이 가장 핵심 치료방법이고 바르는 약은 보조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환자가 연고를 충분히 잘 바르지 않더라도 효과가 나올 수 있도록 약을 조제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설명을 많이 해주면 오히려 싫어하는 환자들도 많다.
"원장님, 그냥 약만 주세요. 저도 다 압니다. 너무 오래 기다려서 시간 없어요."
연고 바를 때 기억해야 하는 한 가지는 기름기가 적은 것부터 많은 것 순으로 발라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종류를 바를 때 순서는 물약, 로션, 크림, 연고 순서대로 발라야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흡수될 수 있다. 가장 끈적거리는 연고를 먼저 발라버리면 그 위로 물약이나 로션, 크림을 바르려고 해도 흡수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발톱 무좀과 발 무좀을 치료할 때에도 발톱과 발톱 주위로 물약 형태인 주블리아를 먼저 바르고 발 무좀 연고를 발톱 주위 피부와 발가락 사이 발바닥에 바르는 식으로 도포하는 것이 좋다. 여드름에 사용하는 크레오신티 같은 물약 형태를 세안하고 가장 먼저 바르고 그 뒤에 스킨로션을 바르도록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