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무열 Feb 25. 2022

때를 밀면 가려워집니다.

"어떤 것 때문에 오셨어요?"

"아이고, 원장님. 시도 때도 없이 자꾸 가려워서 왔어요. 뭐가 올라오진 않는데 왜 이렇게 가렵지?"

"어디 좀 볼까요? 뭐 특별히 병변이 있지는 않은데 많이 건조하고 긁어서 자극이 되었네요."

"나 평생 이런 적 없거든? 왜 그런 거야?"

"일단 알레르기 반응일 수도 있지만, 나이도 있으시고 피부도 건조해서 건조함때문에 생긴 가려움증 같은데요. 혹시 때 미시나요?"

"얼마 전에 목욕탕 가서 밀었지. 근데 평생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어도 이런 적은 처음이야."

"일단 너무 가려워하시니까 먹는 약이란 연고 드리는데, 앞으로 때는 밀지 마시고, 보습제 많이 바르셔야 돼요."

"때를 안 밀고 어떻게 살아. 그리고 보습젠가 뭔가 그거 발라야 돼?"


노인 환자분들 중에 대다수의 분들이 위와 같은 상황으로 진료를 본다.

노인성 가려움증은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알레르기 반응이나 습진 같은 피부질환이 동반된 경우, 당뇨나 간, 콩팥이 안 좋은 경우, 말초신경의 손상, 정신과적인 이상, 그리고 건조함이다.

여기서 건조함에 대해 강조하려고 하는 것은 다른 요소들은 감별하기도 어렵고 치료도 까다로운데, 그나마 건조함은 보습제를 잘 바르고 때를 안미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의 수분 함량은 줄어들고 피부도 얇아지고 각질 형성 능력, 피부 재생능력 등이 떨어지기 때문에 60대 이상에서 피부 건조는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우리나라 60세 이상은 보습제를 바르지 않는데다가, 주기적으로 때까지 민다.


때라는 건 사실 각질 덩어리인데, 각질은 수분의 증발을 막아주고 외부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보호막 같은 것이다. 피부의 각질층은 주기적으로 교체가 일어나고 불필요해진 각질은 자동적으로 떨어져 나간다. 나이가 들거나 피부 상태 이상으로 각질이 잘 안 떨어져서 과각화가 일어나면 하얗고 두꺼운 각질층이 보이게 되는데 이 때는 제거가 필요한 상태이므로 때를 밀어도 문제없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미는 때는 우리 몸에 필요한 각질을 뜨거운 물로 불려서 엄청난 마찰로 강제로 벗겨내는 것이기 때문에 각질층이 거의 사라지게 되고 이로 인해 쉽게 건조해지고 가렵고 자극감이 생기게 된다. 이때 보습제라도 발라줘야 그나마 피부에 응급조치라도 되는데, 그냥 긁고 만다.


그래서 진료실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때 밀지 마시고 보습제 바르시라고 백번 천 번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보통 자녀분들이 계속 잔소리하거나 챙겨주어야지 때도 안 밀고 보습제도 잘 바르시고 하지, 의사가 말하는 건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 분들이 많다. 옛날에는 괜찮았어도 나이가 들면 그에 맞게 생활 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60세 이상의 가족이 있으신 분들은 앞으로 때 밀지 말라고 계속 얘기해주고, 보습제도 넉넉하게 큰 통으로 사다 드려서 잘 바르실 수 있게 해 주시면 건조함으로 가려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애기 발에서도 발 냄새가 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