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포동포동 살이 오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살에 눈이 파묻히고 목이 없어져도, 미쉐린 타이어가 떠올라도 그 모습조차 사랑스럽다.
이 지방을 만드는데 들어간 돈이 얼마던가.
하지만 그 귀여운 지방을 눈물을 머금고 없애야 하는 순간이 온다.
흑색가시세포증이 보이는 순간이 바로 그 때다.
통통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진료실로 들어온다.
"학교에서 애들이 목에 때가 꼈다고 놀려서 병원에 와봤어요. 매일 잘 씻기는데도 이렇네요."
전형적인 흑색가시세포증(Acanthosis nigricans)의 모습이다.
목이나 겨드랑이에 주로 나타나며, 회색에서 갈색으로 피부가 두꺼워지고 갈라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색이 진해져서 색소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부 표피의 각질세포들이 증가하고 진피층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피부가 두꺼워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안 씻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살이 찐 것이 문제다.
흑색가시세포증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는데, 그중에 가장 흔한 것이 바로 비만이다.
비만으로 인슐린 저항이 발생하면 우리 몸은 인슐린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인슐린을 더 많이 생산하여 고인슐린혈증이 발생한다. 그러면 많아진 인슐린이 정상인슐린수용체 말고도 인슐린유사성장인자 수용체에 결합하여 각질 형성 세포와 섬유모세포가 증식하게 되어 피부가 두터워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비만 외에도 악성종양이나 약물 부작용의 원인도 있고,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경우들도 있지만 어린아이들은 대부분 비만이 원인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치료는 체중감량이다. 체중을 감량하면 피부병변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서 알아서 빠질 거라던지, 키로 갈 거니까 기다리겠다는 생각은 좋지 않다. 너무 비만인 상태를 방치하면 소아당뇨가 생길 수도 있고, 키는 유전적으로 이미 결정이 돼 있기 때문에 살을 빼든 안 빼든 상관이 없다.
체중을 감량했는데도 유지되는 경우는 치료가 필요하고 여기서부터는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레티노이드 크림이나 칼시포트리올 크림을 바르는 국소치료를 먼저 시작하게 되는데, 자극감이 있을 수 있고, 용량을 맞춰야 할 수 있어서 의사와 상담하고 쓰는 것이 좋다.
바르는 약에 효과가 별로 없다면 레티노이드를 경구로 복용할 수 있는데, 여드름 약처럼 드물게 뼈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만으로 16세는 되어야 안전하게 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레이저 치료를 할 수 있는데 레이저는 다른 치료에 비해서 비용도 많이 들고 통증도 있을 수 있어서 다른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다른 치료를 하기 어려울 때 시행한다.
마지막으로 때가 꼈다고 생각해서 때를 미는 경우가 있는데, 각질처럼 마찰한다고 벗겨지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없고, 만약 벗겨냈다면 표피와 진피층을 손상시킨 것이기 때문에 아이는 고통에 몸부림칠 것이고 상처로 인해 감염이나 흉터가 남을 수도 있다. 절대로 때를 미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