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무열 Mar 20. 2022

쉽게 없어지지 않는 내 아이 몸의 태선들

광택태선, 선상태선, 가시태선

"원장님. 몇 년째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인데 괜찮을까요?"

1년 만에 아들과 함께 내원한 어머니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3년 전에 허벅지에 뭐가 생겨서 다른 병원에 방문했었는데, 호전되지 않아 우리 병원에 왔었던 환자다. 

"어디 볼까요?"

"병변이 안 없어지고 그대로고, 오히려 조금 넓어진 거 같아요."

"그렇네요. 원래 이 태선이라는 게 치료에 반응도 떨어지고, 잘 안 없어져요. 근데 또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고요."

"그건 저도 아는데, 애기 다리가 이러니까 너무 걱정돼서요. 다른데 이상이 있어서 이러는 건 아니겠죠?"

"태선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다른 곳에 큰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건 아니고요. 오래 지속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질환도 아니고, 그냥 보기에 안 좋은 것뿐이라 연고 바르시면서 좀 더 지켜보시죠."


소아 환자 중에 간혹 태선이라는 병변이 생겨서 오는 환자들이 있다.

특히 왜 생기는지 모르고, 치료에도 별로 호전이 안 되는 광택태선, 선상태선, 가시태선은 형태적으로도 매우 유사하다.

왼쪽부터 광택태선, 선상태선, 가시태선 병변. 출처: 구글 이미지

세 질환 모두 1-3mm 정도 크기의 작은 구진들이 튀어나와서 없어지지 않고 유지가 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광택태선은 다른 태선 병변들 보다 반짝거리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광택 태선이라는 질환명이 붙었으며, 긁은 모양대로 병변이 퍼지는 쾨브너 현상이라는 것이 관찰되기도 한다.

선상태선은 피부병변이 블라쉬코 피부선이라는 피부선을 따라서 일자로 길게 뻗어나가는 특징으로 구분할 수 있고, 가시태선은 다른 병변들에 비해 과각화 된 느낌을 통해서 구분하게 된다.

이런 전형적인 형태를 띠지 않는 경우 조직검사 외에는 구분하긴 어렵다. 


어떤 태선 질환이건 간에 치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태선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자연 치유되기 때문에 원래는 특별한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병변이 보기 싫기도 하고, 점차 넓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치료를 원한다.

치료하는 경우 아래 5가지 정도의 치료방법을 활용한다.

1. 스테로이드 연고 도포

2. 비타민A 복용 또는 크림 도포

3. 각질연화제 도포(ex. 유리아 크림, 살리실산 등)

4. 국소 면역조절제 도포(ex. 엘리델, 프로토픽)

5. 광선치료


이 중에서는 가장 간편하게 할 수 있고 자극이나 부작용이 덜한, 스테로이드와 국소 면역조절제 연고를 바르는 걸 많이 사용하는데, 스테로이드의 경우 장기간 도포하면 피부가 얇아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장기간 도포에도 부작용이 없는 국소 면역조절제인 엘리델이나 프로토픽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원래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아이가 가려워하는 경우에는 자극으로 인해 병변이 넓어질 수 있어서 항히스타민제를 같이 복용하기도 한다.


선상태선의 경우 치료가 된 이후 저색소 병변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소실되면 특별한 후유증이 남지는 않는다. 다만 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고 오래가기 때문에, 치료가 될 때까지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악화되지 않게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털은 왜 남자들만 수북하게 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