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에서 5월 초. 또다시 옻순의 계절이 찾아왔다.
옻나무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으로는 계절 상관없이 많이들 오지만, 옻순은 이 시기가 아니면 먹기 힘들기 때문에 이 시기에 옻순 알레르기로 환자들이 많이 내원한다.
산짐승도 때를 기다린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아 봄나물의 제왕이라고 불린다는데, 아직까지 먹어보지 않아서 맛을 모르긴 하지만, 처음엔 씁쓸하지만 점차 단맛이 올라오는 중독적인 맛이라고 한다.
옻이 올라서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면 굳이 먹어야 하나 싶지만, 맛을 본 사람들은 옻이 오를 각오를 하고라도 먹을 만큼 맛있다고도 하고, 실제로 옻이 너무 심하게 올라서 입원 치료를 했던 환자가 다시 옻을 먹고 증상이 더 심해져서 재입원을 오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옻 알레르기는 옻 안에 들어있는 우르시올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아직까지 옻이 오르는 기전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분자량이 작은 우르시올이 피부나 점막을 통해 흡수된 뒤 산화되어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
특히 우르시올 성분은 분자도 작지만 휘발성도 강하여 옻나무만 봐도 옻이 오른다고 할 정도로 나무 근처에만 가도 옻이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옻을 가열하여 우르시올 성분을 날려서 알레르기 반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옻닭을 해 먹거나 옻순을 데쳐서 먹으면 옻이 그나마 좀 덜 오르게 된다. 다만 조리할 때 김을 쐬게 되면 김에 들어있는 우르시올 성분으로 옻이 오르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약을 먹고 옻을 먹으면 옻이 안 오른다는 풍문이 있지만 절대로 그럴 수가 없다. 여태까지 옻이 안 올랐던 사람들은 아직 옻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안 생긴 경우고, 한 번 옻이 오르기 시작하면 몸이 기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옻에 노출될 때마다 알레르기 반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심각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하며 간수치가 심각하게 올라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옻은 알레르기 반응을 너무 잘 일으키기 때문에 반복적인 노출이 지속되다 보면 누구나 언젠가는 옻이 오르게 된다. 그러므로 옻이 아직 안 오른 사람이라면 옻이 오를 때까지 열심히 옻을 즐기면 되고, 옻이 한 번이라도 오른 사람이라면 옻은 쳐다보지도 않는 걸 추천한다. 한번 옻이 올라보면 그 미친듯한 가려움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