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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무열 May 19. 2022

피크닉의 위험한 손님, 진드기

진드기가 유발하는 질환들

"원장. 나 얼굴에 뭐가 갑자기 나서 왔어."

할머니 우측 볼에 빨간 염증과 함께 검은색 구진이 튀어나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진드기다.

진드기가 볼에 박혀 죽어있다.

"진드기에 물리셨네요. 안 아프셨어요? 언제 물리셨어요?"

"몰라. 기억도 안나. 그냥 어느 순간 툭~ 불어있어서 이상해서 왔지."

"아니 근데 진드기가 피를 못 빨고 죽어있네요. 피부가 두꺼우신가 보다."

"죽었어? 그럼 이걸 어떡해?"

"제가 제거해드릴게요."


죽은 진드기라서 박혀있는 주둥이가 빠지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몸통을 먼저 떼어내고 주둥이 부분은 co2 레이저로 제거하였다. 

"혹시라도 1-2주 안에 열나거나 몸살 기운 있거나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얼른 큰 병원 가셔야 돼요."

진드기에 물리면 그냥 물린 자리에만 염증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감염성 질환이 유발될 수가 있어서 꼭 환자에게 주의를 준다.


최근에도 진드기에 물려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매개하는 곤충은 참진드기로, 참진드기가 흡혈할 때 항응고제 등의 성분이 함유된 타액을 숙주에 피부에 주입하고, 이때 진드기에 감염되어 있던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숙주 체내로 함께 유입되어 감염이 발생한다.     


참진드기가 일으키는 질환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이외에도 진드기매개뇌염, 아나플라즈마증, 에르리히증, 야토병, 바베스열원충증, 라임병, 참진드기마비증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 질환들을 다 알 필요는 없고, 보통 바이러스나 세균, 기생충이 증식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잠복기가 1-2주 정도 있을 수 있어서 그 기간 내에 뭔가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얼른 입원이 가능한 큰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해당 진드기에서 병원체를 검사해야 할 수 있으므로 진드기를 제거하더라도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드기에 안 물리는 게 가장 좋은데, 이를 위해서는 진드기가 많이 분포하는 산이라 풀숲에 안 가는 게 가장 좋고, 가야만 한다면 다음과 같이 하는 것이 좋다.


1. 진드기 퇴치제를 사전에 뿌린다.  디에틸톨루아미드와 이카리딘 성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디에틸톨루아미드의 경우 합성섬유에 손상을 줄 수 있어 피부가 아닌 옷 위나 텐트에 바르려면 이카리딘 성분을 사용해야 하며, 2세 미만에서 역시 이카리딘을 쓰는 것이 안전하다. 자외선 차단제를 먼저 바르고 그 위에 바른다.

2. 긴팔 셔츠와 긴 바지를 입고 바지 끝자락을 양말이나 부츠 속으로 넣는다. 밝은 빛의 옷은 기어 다니는 참진드기를 발견하기 쉽다.

3. 숲을 떠날 때엔 참진드기가 붙어 있는지 세밀하게 조사한다. 사람에 몸에서 참진드기가 흔하게 붙어 있는 부위는 겨드랑이, 샅, 무릎 뒤쪽, 그리고 목덜미 부위이다. 애완동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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