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하워드 Dec 13. 2024

인류는 바이오의약품으로 생명 연장의 꿈을 꾸는가

의학의 혁신 바이오의약품, 인슐린 주사부터 암 치료 백신까지 A to Z

최근 세계 제약업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바이오의약품(Biopharmaceuticals 또는 Biodrug)’ 이라는 신기술입니다. 주식을 해 본 분들은 소위 ‘바이오주(株)’ 라 불리는 제약 관련 테마주를 들어보셨을 텐데요. 코로나 판데믹 이래 지속 중인 바이오주 열풍을 이끌고 있는 것이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바이오의약품이에요. 얼마 전 알려드린 위고비를 기억하시나요? 위고비는 물론이고 전국민이 맞은 코로나 백신, 당뇨인의 필수품인 인슐린 주사, 미용 목적으로 인기가 높은 보톡스까지 모두 다 바이오의약품이에요. 오늘은 현대 의학의 혁신으로 평가받는 바이오의약품의 모든 것을 알려드릴게요!




1.바이오의약품이란?


카드뉴스: 바이오의약품이란 무엇일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은 사람 또는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한 원료를 사용해 제조한 의약품이에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알약, 캡슐, 연고 같은 기존 의약품은 통상 화학적인 합성 공정을 통해 제조되기 때문에 ‘합성의약품(Synthetic drugs)’이라 불려요. 이 합성의약품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서 공통된 효과를 발휘하는 것과 달리, 세포나 항체 같은 생체 원료를 이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은 맞춤형으로 설계가 가능해 그동안 치료가 어려웠던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어요. 




2.알고 보면 의외로
친근한 존재,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의약품이라는 말이 조금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알고 보면 의외로 가까이에 있는 존재랍니다. 우리가 갓난아기 시절부터 접해 온 각종 백신들이 바로 바이오의약품이거든요! 바이오의약품은 생체 유래 물질을 활용하거나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개발된 약을 말하는데, 백신도 약화되거나 죽은 병원체 같은 것을 이용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죠. 그래서 현존하는 대부분의 백신은 바이오의약품의 정의에 부합해요


백신을 기준으로 보면 바이오의약품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어요. 인류 최초의 백신은 1798년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만든 천연두 백신이에요. 제너는 종두법을 통해 소의 고름에서 유래한 ‘우두’라는 약한 병원체를 건강한 사람에게 주입해 항체 형성을 유도했죠. 그래서 천연두 백신을 바이오 원료를 사용한 세계 최초의 바이오의약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답니다[1]. 백신의 영어 단어인 vaccine은 라틴어에서 소를 뜻하는 vacca에서 유래했어요.

제너가 자기 아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모습[2] © Wellcome Collection



백신만이 아니에요. 현대의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사용하는 인슐린 주사도 바이오의약품이랍니다. 원래 인슐린은 혈당을 조절하는 체내 호르몬의 이름이죠. 인슐린 주사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사용해 인공적으로 생성한 인슐린을 담고 있어요. 


혹시 이전에 소개해 드린 위고비를 기억하시나요? 위고비도 우리 몸의 인슐린 유도체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바이오의약품이에요[3]. 요즘 각광받는 어린이 키성장 호르몬 주사제, 미용 목적으로 쓰이는 보톡스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바이오의약품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답니다. 심지어 한발 더 나아가 인류 최후의 난제로 여겨져 온 무서운 병, 암 치료의 패러다임마저 바꾸려 하고 있어요!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3. 바이오의약품,

암 치료에 도전하다

암(癌, cancer)이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인체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질병을 말해요. 원래 체세포는 필요에 따라 분열하고 성장했다 사멸하는 정상 주기에 따라 움직이는데, 암세포는 이 규칙을 따르지 않고 아무렇게나 증식해요. 살아 있는 한 전신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세포 분열이 원인이기 때문에, 암은 몸의 어느 부위에서든 어느 때든 발병할 수 있어요. 하지만 원인이 너무나 많고 병증의 양상 또한 다종다양한 탓에 암 치료 기술 개발은 오랫동안 의학계의 풀리지 않는 난제로 남아있었죠. 그런데 최근 바이오의약품 기술 개발이 급물살을 탄 후부터 암에 걸리지 않게 해 주는 ‘항암 백신’ 연구가 하나 둘 성과를 내놓고 있어요. 


백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기존 백신과는 좀 달라요. 현재 연구되는 암 백신은 대부분 일반인의 암 예방이 아니라 이미 암세포를 지닌 환자의 치료 및 재발 방지가 목표랍니다. 바이오의약품 기술을 사용하면 특정 항원만 식별할 수 있어서 암세포에만 면역 반응이 발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기존 항암제의 단점인 소화장애, 전신 면역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생기죠. 오늘은 정식 승인을 받고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두 가지 암 치료 백신을 소개할게요!


프로벤지 실제 모습 © 2024 Dendreon Pharmaceuticals LLC. All Rights Reserved.


시플루셀-T(Sipuleucel-T;상품명 프로벤지)는 세계 최초의 암 백신이에요. 2010년에 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았어요. 

임리직 로고 © 2023 Amgen, Inc. All rights reserved.

티벡(T-VEC; 상품명 임리직): 2015년에 수술치료가 불가능한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된 제품이에요. 암세포만 찾아내 선택적으로 파괴하고 인체의 면역 체계를 자극해 항종양 면역 반응을 촉진하는 온콜리틱(바이러스를 궤멸하는) 바이러스 치료제예요. 



4. 바이오의약품으로 꿈꾸는
인류의 밝은 미래


많은 학자들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보다 발전한 형태의 암 백신이 등장할 것이라 전망해요. 얼마 전, 모더나 사의 최고 의료책임인 폴 버튼(Paul Burton) 박사는 “빠르면 5년 안에 모든 종류의 질병 분야에 대한 백신을 제공할 수도 있다” 고 선언했답니다[4]. 정말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획기적으로 바뀔 거예요!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에는 단점도 있어요. 합성의약품에 비할 떄, 바이오의약품은 복잡한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대규모 설비가 필요해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대량 생산이 어려워 경제성도 뒤떨어지고, 무엇보다도 약값이 아주 비싸죠. 그래서 바이오의약품이 보편화되는 미래에는 경제력에 따른 의료 서비스의 양극화 현상이 악화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해요.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생산 공정의 최적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중이고, ‘바이오시밀러(*복제 바이오약)’와 같은 저비용 대체제 개발도 활발하거든요. 비록 여러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이 우리 인류가 오래도록 꿈꿔온 질병 극복의 미래를 조금씩 열어가고 있는 건 분명 사실이에요! 바이오의약품과 함께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정말로 생명 연장의 꿈이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는 걸 우리 모두가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빅뉴스! 

건전지&필톡의 개발자, 피매치 이형기 대표님이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에요!

주제는 이번에 소개한 바이오의약품이랍니다. 블로그에서 다하지 못한 더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누구나 알기 쉽게 풀어 재미있게 녹여낼 예정이에요! 메인 MC 홍진경 씨와 도경완 씨, 김상욱 물리학 교수님과 김태훈 인지심리학 교수님, 재기 넘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씨, SF소설가 배명훈 씨가 함께 한답니다!!

다음 주 월요일인 12월 16일 저녁 7시 45분, tvN의 신개념 예능 [문과vs이과 놀라운 증명]을 지켜봐 주세요!




약에 관한 모든 궁금증, 필톡에게 물어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쉽고 자세하게 풀어드릴게요.




참고문헌

[1] Riedel S. Edward Jenner and the history of smallpox and vaccination. Proc (Bayl Univ Med Cent). 2005 Jan;18(1):21-5. doi: 10.1080/08998280.2005.11928028. PMID: 16200144; PMCID: PMC1200696.

[2] Edward Jenner vaccinating his son, held by Mrs Jenner; a maid rolls up her sleeve, a man stands outside holding a cow. Coloured engraving by C. Manigaud after E Hamman. Wellcome Collection. 

[3]Holst JJ. The physiology of glucagon-like peptide 1. Physiol Rev. 2007 Oct;87(4):1409-39. doi: 10.1152/physrev.00034.2006. PMID: 17928588.

[4]Linda Geddes. Cancer and heart disease vaccines ‘ready by end of the decade’. The Guardian. Published April 7, 202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