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털기 2
- 받아들이기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보다는 왜 그랬을까? 가 인생을 좀 더 견딜만한 것으로 만든다고 믿는다. 아직 체화하기엔 한참 먼 불완전한 깨달음이나마, 덕분에 마음에 큰 파문 없이 버티고 있다. 언젠가 아버지가 신고 있던 쓰레빠를 벗어 경찰의 뺨을 때리는 바람에 서울 구치소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준 어머니와의 통화를 끝내고도, 내 마음은 링우드 레이크만큼이나 잔잔했다, 그저 천천히 담배 한 개피 피워물고 분노도 수치도 없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가 아닌 왜 그랬을까? 왜 경찰은 총을 쏘지 않았을까?
- AI인지 뭐시긴지 때문에 사람의 영역은 점점 사라질 모양이다. 그러나 잘만 풀린다면, 나에겐 빵과 서커스, 그리고 철학이 남을 것이다.
- 신인상을 탔을 때 뒤풀이 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한 선배 작가 한 분이 말씀하셨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오래 쓰는 작가가 되라고. 나도 꽤나 취해 있어서 정말 멋진 말이라고 메모까지 했는데 맨 정신에 보니 그저 그런 말이다. 저는 잘 쓰고 오래 쓰는 작가 할 건데요?
- 누구에게 들은 얘긴데, 노년의 부부는 어지간하면 각방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서로 언제 갈 지 모르니까. 들었을 때는 엄청 웃었는데 글로 쓰니까 조금 그렇긴 하다.
- 같은 분한테 들었는데, 어느 테니스 강사가 말하길 테니스는 '러브'라고 한다. 여친이나 혹 생길지 모르는 마누라에게는 절대 테니스 시키면 안되겠다 마음 먹었다.
- 설령 모든 것을 없던 일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더라도 나는 결국 이 순간 여기 있을 거라는 생각, 요새 정말 많이 한다.
- 시간이란 심지어 돈만큼이나 소중하다.
- 다들 가끔씩 군대꿈을 꾼다는데, 난 공익 출신이라 그런지 대신 왕궁수문장 하는 꿈을 꾼다.
- 최근엔 거금 7만원을 주고 아연을 비롯한 각종 원소주기율표에 있는 성분이 가득한 영양제를 샀다. 어느새 이런게 소중해진 나이가 되었다.
- 글이란, 그리고 인생이란 통일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글도, 인생도, 보다 자유주의적으로 살아보리라 결심했다. 이 글도 그렇다. 만약 이 글이 혼란스럽고 완성도가 낮다고 평가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파시스트이기 때문이라고 말해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