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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Jan 26. 2021

아츄르 파티

공물은 필수 쓰다듬은 선택

 시국이 턱 밑으로 차오르기 전까지 인사동의 공동 작업실을 구해 썼다. 때로는 혼자 쓰는 공간이 아니라서 성가신 점도 있었지만 그야 다들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짐 맡아주고 오래 있어도 눈치 안 주는 약간 비싼 카페라고 생각하면 나쁠 것 없었다.


 그 곳 뒤뜰 담배 피우는 곳 옆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살았다. 새끼를 하나 키우는 것 외에 별 특별할 것 없는 녀석이었지만 해당 작업실의 마스코트로 입주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고양이는 종일 볕바라기 하며 제 몸을 핥아대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었으나, 옆켠에 작은 동산을 이룰만큼 쌓여있는 공물, 즉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갖다바친 츄르와 통조림으로 삶을 꾸려나갔다.


 난 녀석이 항상 못마땅했다. 입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고양이가 다가오는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게 하기 위한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을 때 못마땅함은 절정에 달했다. 당시 시국이 젖꼭지 쯤까지 차오른 나는 당장 내달이면 작업실 빼게 생겼는데 말이다. 거참, 나의 인생과 글쓰기란 정녕 고양이보다도 무가치하단 말인가?


 특히 열받는 부분은 고양이는 고양이이기만 해도 사랑받는다는 점이었다. 매너와 에티켓은 엿바꿔 먹었고 심지어 피부양존재로서 최소한의 양심이라 할만한 부양인에 대한 존경조차 그저 고양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제 받기 일쑤다. 배은망덕한 놈들 같으니. 반면 나는 나무랄 데 없는 인간으로 태어나고도 인간이기 위해 하루하루 안간 힘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 참을 수 없는 불공평함이라니!


 언젠가 확 쥐어박고 싶다는 꿈은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난 작업실과 결별했다. 혹시 불편한 점 있으셨냐는 직원에게 그저 개인 사정일 뿐이라 말했지만, 그녀는 몰랐겠지. 인간인 나는 차마 바로 저 고양이 새끼 때문에요! 라고 할 수는 없었다는 걸.


 몇 달 지나니 못마땅함은 거의 사라졌다. 녀석은 태어나보니 고양이였을 뿐이고 당당히 고양이의 삶을 영위했을 뿐이다. 거기엔 공정함도 불공정함도 없다. 마찬가지로 얼결에 태어나보니 인간이었던 난 때때로 못마땅한들 그저 인간의 삶을 영위하면 그 뿐이다.


 물론 언젠가 쥐어박고 싶다는 꿈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언젠가 홀로 쓰는 집을 갖게되고 피부양존재 하나 쯤 감당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땐 나도 고양이를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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