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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Feb 05. 2021

카인의 대답

교의난무

 내가 사는 고시촌엔 박종철 거리라는 곳이 있다.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가 생전에 하숙을 했다는 곳이다. 복권방과 족발집과 육회집 등이 밀집한, 민주화의 성지라기엔 세속적인 골목이지만.


 그곳을 지나가면 벽에 붙은 사진과 글귀를 통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그로인해 촉발된 6월 민주항쟁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다. 그 중 지금은 고인이 된 김수환 추기경의 강론문은 감탄할만한 명문이라 할만하다.


  <제1독서에서는 야훼 하느님께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시니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창세기의 이 물음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지고 있습니다.


 “너의 아들, 너의 제자, 너의 젊은이, 너의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탕’하고 책상을 치자 ‘억’하고 쓰러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수사관들의 의욕이 좀 지나쳐서 그렇게 되었는데,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보면 실수로 희생될 수도 있는 것 아니오?”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라고 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 6월 민주항쟁을 주도한 이들은 훗날 ‘386세대’라 불렸던 이들이다. 아마도 이 나라 현대사에서 대학생이 사회의 동량이자 문화주도 계층으로 활약한 마지막 사건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전쟁 세대와 전후 산업화 세대 못지 않게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 날, 386세대가 586세대로 앞자리가 바뀌고 어느새 기득권 세대가 된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일자리, 주거, 교육, 노동, 문화, 육아... 당신들이 만든 세상을 물려받은 우리는 그저 청년문제라는 간단한 단어로 포괄되곤 하는 무수한 문제들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제시할 해결책은 무엇입니까?”


 “본래 아프니까 청춘이며,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되는 법입니다.”


 “알바를 하다 돈을 떼여도 인생의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악덕업주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기회로 생각하십시오.”


 “우리 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여성 차별과 그에 대한 부채의식은 당신 세대가 알아서 하길 바랍니다. 뭐가 그렇게 억울합니까? 이 쪼다들아.”


 “혼밥 문화는 실업문제, 가혹한 노동환경, 가족의 해체 등 사회적 문제가 아닌 청년들의 사회적 자폐 때문입니다. 동물만이 혼밥을 합니다. 부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바랍니다.”


 라고 하면서 잡아떼고 있다.




 바로 카인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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