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바롬 Oct 09. 2021

서른 중반 즈음에

그래도 얼마 전엔 신분증 검사 했어

 돌이켜보면 내 20대는 주어진 것보다 길었다. 끈 떨어진 연 신세라 둥싯둥싯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어디든 내 자리는 아니었다. 수백 어쩌면 기 천 명의 사람을 만났고 더러는 우정을 드물게는 사랑을 말했지만 각주구검에 불과함을 실인즉 그 때도 알고 있었다. 난 어딜가나 좀 이상한 놈이었는데, 이제와서 보니 그냥 좀 외로웠을 뿐이다.


뭔가 더 있을 거라고, 고작 이게 다는 아닐 거라고 중얼거리며 미련하게도 빈 상자의 밑바닥을 더듬느라 이토록 시간을 흘려보냈다. 내게 주어진 건 상자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는데 말이다.



 난생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반 년이 지났다, 쓰고나서도 뜨끔하고 놀란다,. 고작 반 년이라고? 적어도 5년은 지난 것 같은데.


 아마도 이것은 주어진 것보다 길었던 내 20대에 대한 빚갚음일 테다. 박자를 놓치고 들어간 노래의 반주를 헐레벌떡 따라잡는 것처럼. 딱히 불평할 필요도 애써 나름 빛난다 우길 필요도 없음을 이제야 안다. 또 하루 멀어져감을 절절히 느끼는, 어느새 김광석보다 나이 들어버린 서른 중반 즈음에.

작가의 이전글 분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