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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Nov 20. 2021

아직도 소년이긴 하지만

메모

 20살 때 알고 지내던 25살 형이 있었다. 명문대생이었고, 부잣집 외아들에, 부모님은 대학 교수였다. 난 영영 내 것으로 하지 못할 법한 여유와 자신감에 홀딱 반한 소년이었다. 언젠가 그가 들려준 말이 생각난다.


- 겸손하라는 말은 잘났지만 잘난척을 하진 말라는 뜻이야. 남들의 괜한 질투를 불러올 수 있으니까.


 늘 그렇듯 호들갑스럽게 감탄하던 소년은 어느새 당시의 그 보다도 많은 나이가 되었다. 그도 정확히 똑같이 나이를 먹었을 테고, 기억하고 있다면 그 발언을 부끄러워하고 있겠지. 25살의 자신을 만나게 되면 해줄 말도 있을 거고 말이다.


 - 이 친구야, 겸손하란 건 남에게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겸손하라는 뜻이야. 자네가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것을 경험했든, 결코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라는 거야. 설령 평생 한 시도 쉬지 않고 배우고 경험한다고 해도 세상엔 자네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수천 배 더 많을 거라는 뜻일세. 알아듣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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