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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롬 Jun 01. 2022

몇 년 전 광화문에서

실은 내 책 사러 갔었음

 몇 년 전 K문고에 갔다가 겪은 일을 기반으로 K문고측에 전달한 VOC다. 별 달리 똑부러진 답변은 듣지 못한 것으로 기억한다. 해당 일은 내 인생에서 담배 배운 것과 함께 몇 안되는 후회하지 않는 것 중 하나인데,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흔한 말에서 '세상을 그렇게'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잊고 있다가 얼마 전 우연히 그 내용을 발견 하여 기록차원에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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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문고의 발전과 직원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저는 지난 토요일, 즉 12월 14일 오전에 K문고 광화문점에 방문했습니다. 필요한 책을 찾아 결제를 위해 계산대로 갔습니다. 처음 저를 응대했던 직원은 가슴에 '교육 중' 패찰을 붙인 견습직원이었습니다. 이 때 조작 미숙으로 인한 것인지 단순 기기 오류인지 알 수 없으나, 결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견습직원은 옆에 있던 기존직원, 즉 O씨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 때 O씨는 심한 짜증과 함께 이미 교육한 사항 아니냐고 고성을 질렀습니다. 견습직원 뿐만 아니라 저 또한 크게 당황했습니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다른 직원에게 심한 면박을 주는 것이 지나치게 상식 밖이었으며, 그 내용 또한 정당한 질책이 아닌 히스테리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O씨는 옆의 계산대로 저를 유도했습니다. 해당 직원은 저의 책을 결제하면서도 다시 한 번 뒤쪽에서 무언가 작업 중이던 타 직원에게 심한 짜증과 함께 면박을 줬습니다. 그 직원의 경우엔 익숙하다는 듯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어 저는 오히려 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후 며칠 간 제가 경험한 것에 대해 고객 센터를 통해 항의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O씨의 비상식적 태도를 묵인하는 것은 그것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경력과 나이가 앞서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에 모래알만큼도 기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O직원에 대해 사규에 따른 처벌이나 경고 등 어떠한 형태로든 불이익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의 뜻만은 가감없이 온전히 전달되길 바랍니다.


 O씨, 설령 당신의 나이나 경력이 훨씬 앞선다고 해도, 인권을 가진 그 누구도 그런 식으로 대우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자식이며 가족임을 아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업무상 스트레스가 과중하다고 해도, 동료에게 부당한 화풀이를 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음을 아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당신 또한 노동자로서 살아갈 것임을, 동료 노동자에게 가하는 부당한 행위는 결국 자신에게도 돌아올 것임을 아시기 바랍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당신의 행위가 성숙한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될 비열한 짓임을 깨닫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O씨, 제발 부끄러운 줄 아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업무 경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던 견습직원 분에게 감사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만 O씨에게 해당 직원이 특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에 그 분의 성함을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시 한 번 K문고의 발전과 직원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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